경제·금융 경제동향

근로단축에 미소짓는 무인장비 생산업체

인건비 부담 늘면서 수요 급증

공장자동화설비 제조사 호황

무인 키오스크 생산업체도

지난달부터 생산라인 풀가동




조립 라인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말부터 최대 생산량을 초과해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매출 5,000억~1조원대의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공장을 자동화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최형길(가명) 대표는 “지난해 중반까진 가동률이 별로였는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들어 쭉 캐파(한 업체·공장이 돌릴 수 있는 최대 생산량)를 오버해 생산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직접 언급하진 않고 있지만, 당연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 운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이쪽 수요가 늘어난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가시화되자 공장자동화 설비나 무인키오스크 등 무인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 이달부터 주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는 300인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게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공장자동화 설비 제조업은 인건비 인상 발 호황을 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스마트팩토리가 주목받자 장래가 밝은 업종으로 꼽혔다. 스마트팩토리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제품 생산 과정 전반을 무인화한 공장을 뜻한다. 그러나 이쪽 업계에선 유독 올해 들어 발주량과 생산량이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장자동화 업계의 호황이 단순히 스마트팩토리 수요 증가에서만 기인했다고 볼 수 없는 증거다.


그보다는 지난해부터 이슈화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다품종 소량생산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 시스템)의 제어기기와 무인키오스크를 생산하는 B업체도 지난 6월부터 공장자동화 관련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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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김강진(가명) 대표는 “저희가 생산하는 컨트롤러를 비롯해 FMS 업계에서 최근 들어 수요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FMS나 스마트팩토리 관련 장비 주문은 끊이지 않고 있어, (이쪽 업계의 호황에)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산업군에서 보통 사람을 많이 쓰기 때문에 FMS 설비가 도입되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업계 수요를 파악한 게 우리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무인 키오스크 제조업계도 최근 들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무인 키오스크는 인건비 인상으로 인해 편의점이나 식료품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품목이다. 무인 단말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C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최저임금 인상 이후로 무인 키오스크 관련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전년 동기에 비해 이쪽 관련 생산이 10~20%는 늘어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에선 이미 무인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에 후발업체나 중소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 상승 압력으로 무인 점포 수요가 중소 업계로도 퍼져 나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다만 무인 키오스크 업계는 조립 위주의 노동집약적 산업인데다가 업체간 경쟁도 뜨거워 큰 부가가치를 거두긴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B 업체의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생산인력 중 90%가 대졸 이상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무인 키오스크처럼 단순조립에 쓰면 인건비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며 “물량 자체는 늘어나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심한 상태라 관련 코스닥 상장사들도 이익을 잘 못 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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