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FFVD 실현까지 제재 유지" 北 "종전선언이 우선" 어깃장

■ 북미 비핵화 로드맵 '이상기류'

김정은-폼페이오 면담 불발도 '北 종전선언 불만 탓' 분석

北 "美 협상 태도 유감..CVID 등 강도적 요구만 제시"

폼페이오 "비핵화는 핵무기·미사일 포함..北도 이해할 것"

전문가 "北 논의 피한다면 국제사회 의구심 더 커질 것"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8일 총리 관저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8일 총리 관저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종전 선언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가 표면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마련에 자신감을 보이지만 세부내용을 놓고서는 이견을 노출하는 형국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6~7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7일 회담 직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며 “미국 측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신고·검증 등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27일을 계기로 한 종전 선언을 미국이 거부하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도 그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까지 휴대하고 있었으나 1·2차 방북 때와 달리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문제는 북미가 비핵화의 이행 방식에서부터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담화문에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비핵화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종전 선언과 대북제재 해제 등 비핵화에 따라 보상이 단계적·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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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8일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연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대화가 진전되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기존 제재조치의 완화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며 “김 위원장이 동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압박 태세를 유지했다. 이어 “비핵화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하는 것이고 북한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진전’이란 비핵화 워킹그룹 구성 등의 성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협상을 맡았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라인이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오는 12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판문점 협의도 열기로 했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위한 협상 또한 조만간 개최된다.

그러나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유감 표현은 사실상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북미가 CVID의 접점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고 비핵화가 상당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이렇게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회피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한국 정부는 신속한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결을 선호하는 북한이 상당 부분 만족할 제3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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