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이어 유럽까지…엎친데 덮친 한국철강

EU,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 도입

미국발 보호무역 글로벌 확산

"EU 수출비중 크지 않다"지만

시장 다변화 전략 타격 불보듯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강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철강 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제품 수입제한조치로 타격을 입자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불을 지핀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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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 부과로 인한 EU 철강 업계의 피해를 막고 철강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EU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잠정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EU 집행위는 이달 중에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 도입을 채택하고 곧바로 발동할 방침이다. EU는 최근 몇년간 수입량을 기준으로 쿼터량을 결정하고 쿼터량을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EU는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 부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제품이 EU 역내로 수출되면서 EU 철강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3월 말부터 철강 세이프가드에 관한 조사를 벌여왔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르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통상 9개월이 소요되지만 갑작스러운 수입 급증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세이프가드를 최대 200일까지 잠정적으로 도입·발동할 수 있다.

EU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강 업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철강 업계는 아직 쿼터 물량이나 소급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EU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며 애써 위안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풀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무역전쟁이 고조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중견 철강사 관계자도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당장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서 시작해 EU로 철강 보호무역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여타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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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출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국 철강사들의 EU 수출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의 EU 수출은 2012년 144만6,185톤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330만2,152톤 규모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4.7%에서 지난해 10.4%까지 늘었다.

올 들어서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적용하면서 유럽 수출 비중이 더 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2월 12.1%에서 5월에는 5.9%로 감소했으나 유럽 수출 비중은 5월 12.2%를 기록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달 타타스틸유럽과 손잡고 유럽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EU가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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