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G2전쟁에도 한가한 정부]對中수출 피해예측, 민간과 104배差

정부는 "영향 크지않다" 말만 되풀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1일 ‘미중 상호 관세 부과의 한국 수출영향 분석 결과(산업연구원)’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500억달러의 상품에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2억7,000만달러 감소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결과는 282억6,000만달러의 수출 감소였다. 분석 기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두 기관이 예측한 차이는 무려 104배다. 비록 공공 부문이 민간에 비해 다소 보수적으로 손실예측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상황을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수출의존도는 2위다. 우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한다. 과할 정도로 민감하게 주요2개국(G2)의 무역전쟁을 의식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다르다. 상황 인식은 회의체 소집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6일 G2 무역전쟁의 총성이 울렸지만 우리 정부가 개최한 회의체는 달랑 두 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실물경제점검회의와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회의다. 이마저도 백 장관은 “G2 무역전쟁은 우리나라 수출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회의에서는 “정부와 관계기관은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면서 향후 전개 상황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3월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방침에 따라 긴급하게 개최됐던 통상장관회의는 이번에는 소집되지 않았고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통상과 대외현안을 논의하는 법적 기구인 대외경제장관회의 개최도 여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참전국’도 아닐뿐더러 특히 대중 수출의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국에서도 빠졌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보호무역주의 전면에 있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서기에는 좀 모양새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우리나라가 중간재 위주로 중국에 수출하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 중 최종 도착지가 미국인 것은 전체 대중 수출의 5.0%에 그쳐 피해는 미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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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역전쟁이 어디까지 확전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무역전쟁이 확산돼 미중과 유럽연합(EU)이 각각 관세를 10%포인트씩 인상하면 우리의 수출 피해액은 367억달러(40조9,5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내 총수출의 6.4%에 달한다.

해외 연구기관이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영국의 픽셋애셋매니지먼트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두 당사국 외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국가로 한국을 6위에 올렸다. 싱가포르 DBS 은행은 한국을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과 함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무역전쟁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주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무역분쟁 상황으로 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라며 “대비체제라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니 일단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민 현대연구원 산업분석팀장도 “지금 정부 기조는 국내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라며 “좀 더 지켜보자는 주의로 가자는 것 같은데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무역전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 교수는 “현재 북한 비핵화 문제 때문에 미중 간 상당한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될 경우 비핵화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우리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외교·안보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형윤·빈난새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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