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당국 압박에…저축銀, 결국 대출금리 낮췄다

5대 저축銀 최대 4.54%P 인하

고금리대출 조사 발표 앞두고

결과 공개 땐 '여론재판' 우려

"수익악화·차주 사채로 내몰아"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하반기 저축은행별 고금리대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추가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


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OK·웰컴·JT친애·SBI·애큐온 등 주요 5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급감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25.87%이던 것이 7월1일 기준 22.30%로 3.57%포인트 하락했다. 웰컴저축은행은 24.81%에서 20.85%로 3.96%포인트 하락했고 JT친애저축은행은 4.54%포인트, 애큐온저축은행은 3.31%포인트, SBI저축은행은 1.61%포인트씩 평균 금리가 내려갔다.


하나·신한·국민 등 금융지주 계열사인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저축은행 금리가 평균 2~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월 기준 3억원 이상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한 31개 저축은행 중 평균 금리가 20%를 넘는 곳은 1·4분기 19곳에서 2·4분기 15곳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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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아진데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20%가 넘는 저축은행의 고금리대출을 비판하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시중·저축)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이 매우 불합리하다”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금감원이 이달 중 저축은행 고금리대출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저축은행은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쟁 저축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 비중이 많다면 ‘약탈적인’ 저축은행으로 몰릴 수 있고 영업은 물론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금감원이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리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3·4분기 내놓을 예정에 있는 등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축은행 16곳은 이달부터 28개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새로 출시하는 등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합리적인’ 금리산정 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의도라며 선한 의지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어떻게든 기존의 금리보다 더 내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면서 간극도 커지고 있다.

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하면서 저축은행의 수익 악화나 예상치 못한 부실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과도하게 깎게 되면 영세한 저축은행은 (조달금리 등 원가 대비) 남는 것이 없다”며 “토종보다 대형화된 일본계 저축은행이 오히려 더 유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금리 인하를) 하라고 시키니까 하고 있지만 수익 악화가 불 보듯 뻔해 우려가 크다”며 “울며 겨자 먹는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부실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이 대출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면 신규나 상환을 앞둔 차주(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채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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