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 서울대 총장 후보자(의과대학 교수)가 여기자와 동료 여교수 성희롱·성추행 논란에 결국 낙마했다. 서울대 최종 총장 후보의 사퇴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최종 후보 낙점 후 성폭력 논란이 불거졌지만 강 후보자는 별 대응 없이 버텼다. 하지만 교육부가 오는 16일까지 강 후보자의 총장 임용 제청과 관련한 보완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청하자 곧바로 자진 사퇴했다.
서울대 총장 후보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1차로 교수·학생·교직원으로 이뤄진 정책평가단을 통해 3명의 후보자를 추리고 2차로 법인 이사 15명이 후보자를 면접하고 검증한 뒤 투표에서 과반 득표하면 선정된다.
강 후보자의 성폭력 논란과 사퇴는 곧장 부실 검증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총추위는 이미 해당 사건을 알고 있었다. 이철수 총장추천위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여기자와 서울 대여교수회 제보 등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힘든 단계에서 이사회가 투표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 후보자의 추문과 관련해 총추위나 이사회가 부실 검증을 했다거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지적은 잘못됐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 행위를 인지한 뒤 이사회가 이를 어떻게 평가했는가”라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총추위는 강 후보자의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인지해 조사했지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규명할 수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투표를 해 그를 최종 후보자로 뽑았다는 얘기다.
실망스럽다. 이 위원장의 설명은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문제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은 사건 자체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 많은 사건에서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의 주장에 더 힘을 싣는 이유다. 게다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실체적 진실을 떠나 성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대기발령, 인사·퇴사 조치 등 강력한 조치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이사진도 ‘이 정도는 문제없다’가 아니라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 정도면 문제 있다’고 접근했어야 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5월 최근 11년간 전국 41개 국립대학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 등 교직원 10명 중 7명이 경징계에 그쳤다고 단독 보도했다. 경징계 이유로는 징계위원회가 대부분 교수들로 구성돼 팔이 안으로 굽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대 총장 사태를 지켜보면 더욱 걱정스럽다. 단순히 ‘게가 가재 편’인 정도가 아니라 학계가 심각한 시대 인식 오류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다. 대학교수들과 관련한 ‘미투(Me too)’가 끊이지 않고 몇몇 대학에서 관련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