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려면 한시라도 빨리 와야 할 텐데….”
하숙례 여자농구대표팀 코치는 10일 충북 진천의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서 “남북 교류와 큰 범위의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단일팀이 구성된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북측 선수들이 빨리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야 할 텐데 언제 온다는 얘기가 위(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도 없어서 다소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8월18일~9월2일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과 농구·카누·조정 3개 종목(여자농구·남녀 드래곤보트·조정 남자 무타포어·조정 남자 에이트·조정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6개 세부종목)의 단일팀 구성이 지난달 말 합의된 상황이다.
6개 세부종목 중 최대 관심은 여자농구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농구는 대회 2연패를 노린다. 남북이 하나 돼 빚어낸 금메달이라면 더욱 값질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북측 선수 없이 사실상 ‘반쪽 훈련’을 하고 있다. 여자농구 최종 엔트리는 12명. 하 코치는 “북측 선수들이 언제 합류할지 모르고 또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늘려줄 수 있다는 희망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예년보다 많은 16명을 소집해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평양에서 끝난 통일농구를 통해 대표팀급 기량을 확인한 북측 선수는 최대 3명. 이들이 합류하면 19명이 손발을 맞춰보고 이들 중 12명을 뽑을 계획이다. 단일팀 구성만 아니었다면 이미 엔트리를 확정했을 시기다.
오는 25~29일 대만에서는 윌리엄 존스컵이 열린다. 국제 대회지만 상금이 없는 친선 대회로 단일팀의 실전 훈련 무대로 제격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우리 선수들만으로 대회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북측의 통지가 늦어질수록 선수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고 금메달 전망도 옅어질 우려가 있다.
하 코치는 “개인적으로 1990년에 북한과의 경기에 뛴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북측 선수들 기량이 현격하게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며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확인됐으니 빨리 모여 조직력을 다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장 임영희는 “통일농구를 경험한 결과 저희가 못 알아듣는 말도 있어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단일팀이 확정됐다는 것 외에는 세부 정보가 없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부족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박혜진은 “선수들이 속으로는 불안해하고 있을지 몰라도 티는 안 내려고 한다. 북측 선수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훈련 중”이라고 했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큰 감동을 줬지만 대표팀 구성까지 논란이 많았다. 북측의 합류로 우리 선수 일부는 출전 기회를 양보해야 했고 함께 호흡을 맞출 시간은 단 2주였다.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아이스하키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절차를 갖춰 진행됐다. 단일팀이 추진된 것도 4월부터다. 그러나 선수들의 불안감과 희생은 또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주말에 북측 드래곤보트 선수들이 내려올 예정이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이나 진천호에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한반도기 독도 표기 허용을 북측과 공동으로 OCA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아시안게임 기간 코리아하우스(선수단 지원·홍보 등의 업무 공간)를 북측과 함께 운영하는 것도 협의 중인데 옥류관 평양냉면을 코리아하우스에 들여온다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5개를 획득해 6회 연속 종합 2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자사격의 진종오는 “저한테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한 종목이 폐지돼 부담이 있겠지만 더 집중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여자배구의 김연경은 “네 번째 아시안게임인데 금메달은 1개(인천)뿐이다. 1개를 더 따 연금 많이 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진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