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A 대형 마트. 이곳에서 판매되는 수입 맥주 종류는 무려 700여 종에 이른다. 올 4월 기준 맥주 매출의 54%가 수입 맥주에서 나올 정도다. 개성 있는 맛도 이유지만 ‘4캔 1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정책 때문이다. 물 건너 온 수입 맥주가 운송비·관세를 납부하고도 국산 맥주보다 저렴하게 판매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입 산과 국산 주류에 다르게 적용되는 세금 체계 때문이다.
‘4캔에 1만 원’을 내세운 수입 맥주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주세법을 개편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0일 개최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홍범교 조세연 선임연구원은 수입 산과 국산 맥주와의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종가세→종량세 전환 △수입 맥주 과세표준에 일반판매관리비·이윤 포함 △유통단계도 과세 등 3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식은 종량세 전환이다. 기존 종가세 제도는 사실상 수입 맥주가 혜택을 받는 구조였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관비, 이윤까지 붙은 ‘제조원가’에 72%의 주세와 주세의 30%를 교육세로 납부한다. 반면 수입 맥주는 공장출고가에 운임을 더한 ‘수입 신고가’에 같은 세율을 적용해 과세 범위가 국산보다 좁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금 격차를 이용해 수입 맥주는 적극적인 할인 행사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 비중은 출고량 기준으로 16.7%에 이르고 있다. 5년 전 점유율은 4%대에 불과했다.
종량세는 알콜 도수·용량 등을 따져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국산과 수입 산 맥주가 동등한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방안이 현실화 될 경우 수입 맥주 ‘4캔 1만원’ 마케팅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이 비싼 수제 맥주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한 수제 맥주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세법은 제품에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고급 패키지를 쓸수록 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산 술의 품질 향상도 막아왔다”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이 더 합리적인 가격에 더 좋은 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세법 개정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올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검토할 것”이라며 “전통주나 소주 등 다른 주종과 달리 맥주만 종량세로 바꾸는 게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윤선·강광우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