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사법부, 대법원 판례에 반한 하급심 신속 교정 검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2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사찰 및 재판거래 의혹 수사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2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사찰 및 재판거래 의혹 수사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들을 신속히 처리해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정(44)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이같은 문건 내용을 확인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이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1심 판결 사건의) 항소심 기일을 짧게 진행하고 어떤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관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건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사건의 2심 재판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했고, 이를 위해 ‘패스트트랙’이라는 예규를 발굴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문건에는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교정해 다른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문건은) 이렇게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1심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은 긴급조치·양심적 병역거부에 국한돼 있으나 향후 동성혼·복지·경제·난민 등 소수자 보호가 필요한 여러 영역에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며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위해서 판사들이 숙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 법원의 독립성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법의 발전을 방해하려 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의원은 이날 법원행정처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판례를 깨고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일선 판사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이재정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송모씨 등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 16명이 국가에 제기한 소송을 대리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2015년 9월11일 긴급조치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15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통령의 긴급조치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여서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내린 결론에 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이같은 결론이 다시 뒤집혔고 대법원은 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심리 없이 기각하는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판사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했을 때 2심이든 3심이든 숙고를 했어야 하는데 대법에서 심리불속행을 한 것”이라며 “판사가 소신있게 판결했고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심리불속행을 한 것은 모욕을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심의관들에게 판결을 내린 김모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판결 직후인 같은 해 9월22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대법원 판례를 깬 데 대해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서 직무윤리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직무감독권 발동을 검토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해외 연수 중인 판사들에게 외국 법원의 징계 사례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의원 등 소송 관계자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임 전 차장의 징계 검토 지시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유사한 다른 사건에 법원행정처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조권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