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휴가를 가기 위해 인천 공항에 나갔다. 갑자기 속이 미슥거리고 명치끝이 딱 걸렸다. 하늘이 점점 노래지고 별도 몇 개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런 상태로 휴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그때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가서 증상을 얘기했더니 급체한 것이 분명하단다. 무려 이틀 치에 1만2,000원하는 약 6봉지, 그리고 2만5,000원어치 하는 드링크를 강력하게 권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강력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명치끝에서 무언 가가 쑥 하고 내려가는 것 같더니 살 만해졌다. 그런데 아내가 어제저녁 무엇을 먹었느냐고 묻는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게를 먹었고 달달한 팥도넛을 3개 정도 먹은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급체의 원인이란다. 게와 설탕은 상극이라는 처음 듣는 상식을 대면서 그렇게 말한다. 나는 돼지고기와 새우젓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둘도 상극이란다.
부처님의 한 제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난 6년간 수행했지만 도를 깨닫지 못했다. 스승님은 출가 6년 만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그래 이번 참에 내가 가진 질문들을 부처님께 몽땅 털어놓아 그래도 깨달음이 오지 않으면 이 수행 생활을 때려치우고 그만 하산해야 겠다.’ 그 제자는 부처님께 질문들, 그것도 삶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쏟아낸다. “우주의 시작과 끝은 있는가? 영혼과 육체는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삶과 죽음은 불이(不二)인가요?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가나요?” 부처님은 잠자코 듣고 있더니 이런 말씀을 들려준다. 어떤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독화살을 맞았다. 그런데 이 나그네는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돕기 위해 독화살을 뽑으려고 하자 거부한다. “이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군지, 발라져 있는 독 성분이 무엇인지, 왜 나를 쏘았는지 등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전에는 이 화살을 못 뽑는다.” 계속 이렇게 거부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이냐고 제자에게 묻는다. 답은 뻔하다. 그냥 죽는다. 우선 독화살을 뽑고 나서 원인분석을 해도 늦지 않다. 아니 그것이 순리에 맞는 일이다. 근본적인 원인분석도 중요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부처의 가르침이다.
한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잘 돌아가던 컨베이어 벨트가 딱 멈춘다. 그러더니 꼼짝도 않는다. 공장 내 기술담당자는 쩔쩔매면서 고쳐보려고 했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그 분야의 최고 전문기술자를 초빙했다. 웬 영감 한 명이 망치 하나를 들고 나타난다. 공장 내부를 이리저리 1시간 정도를 둘러보더니 저 구석 어디에 가더니 망치로 기계 한 귀퉁이를 꽝하고 친다. 5분 뒤 기적처럼 공장 기계들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다. 공장장이 수리비를 묻자 그 영감은 500만원이라고 말한다. 아니 1시간에 500만원이라니. 이 무슨 원숭이 비즈니스란 말인가. 영감에게 수리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니 “문제 해결책을 찾는 데 들어간 비용이 495만원이고 망치를 휘두른 비용이 5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해결책을 일단 찾지 않으면 당장 공장이 입을 손실이 5,000만원을 훨씬 넘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500만원을 지급하고 만다.
한 공장에서 공장장 한 분이 퇴임한다. 평소에 신망이 두터웠던지라 명절날 후배들이 문안 인사를 간다. “선배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 요즘 공장에 있을 때보다 더 바빠.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들어 봤나, 건강이 최고야! 요즘 매일 아침 뒷산에 2시간 정도 산보 나가지, 그래 공장은 별일 없지?” “아, 선배님 말씀 마십시요, 얼마 전에 파이프 하나가 터져 공장이 온통 물바다가 되고 난리 났습니다.” “아, 그것 혹시 3호 라인 아닌가?”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음, 내가 있었던 때도 가끔 그랬네, 그거 바로 옆에 있는 밸브를 잠그면 괜찮아지지.” “왜 그걸 진작에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돌아오는 답변은 기가 막힌다. “아무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어.” 퇴임하는 공장장이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고 나가는 것 봤는가.
문제 해결이 먼저다. 그리고 원인분석은 천천히 하라. 독화살을 먼저 뽑아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원인분석은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일을 거꾸로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