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에 이어 3대 피자 체인인 파파존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파파존스 창립자인 존 슈내터가 인종차별 발언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사임했지만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사태가 책임있는 발언과 행동이 기업인의 최고 덕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1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파파존스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매셔블은 슈내터 회장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유 트위터에서 파파존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의 계정에서 “피자브랜드 순위를 매기겠다. 1위 이웃집 피자가게, 1108위 작은 네모 모양 페퍼로니를 얹은 학교 피자, 532만4,532위 파파존스”라며 파파존스를 비판했다.
앞서 슈내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발언으로 이 회사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미 경제일간지 포브스는 슈내터가 지난 5월 파파존스와 마케팅회사 ‘론드리 서비스’와의 전화회의에서 ‘N단어(N-word)’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N단어는 ‘니그로(negro)’, ‘니거(nigger)’등 흑인을 ‘검둥이’로 낮춰 부를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인디애나 주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흑인을 트럭에 매달아 죽을 때까지 끌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불쾌하게 여긴 케이시 워서맨 론드리 서비스 대표는 파파존스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슈내터는 지난해 11월에도 인종차별 논란을 겪었다. 그는 당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국민의례 거부가 파파존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파문이 일자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 경찰의 소수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선수들이 무릎을 꿇은 퍼포먼스 취지를 깎아내린 것이다.
슈내터는 포브스의 보도 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언론대응 회의에서 나온 부적절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의 사용 (출처를) 나에게 돌리는 언론보도는 사실”이라며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한다. 인종차별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설 곳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젊은 시절 슈내터가 자신이 아끼던 쉐보레 카마로 차량을 팔고 피자 조리 기구를 구매한 것이 파파존스를 창업한 계기가 됐다. 청소 도구를 보관하던 헛간을 개조해 피자를 만들던 그는 지난 1984년 파파존스를 창업했다. 파파존스는 전세계 4,900개 점포를 운영하며 피자헛, 도미노피자에 이어 업계 3위 자리까지 올랐다.
슈내터는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발언과 정치적 행동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오바마케어 때문에 피자값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됐다”며 피자값 인상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후원금 모집을 주도하고 2017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며 보수 편에 섰다.
넷플릭스, 우버 등 여러 기업들이 인종차별 논란을 겪으면서 기업인의 책임있는 언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언론 쿼츠는 “슈내터의 퇴장은 미국에서 임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관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과거에는 막말을 일삼던 기업가들이 사과문을 띄워 논란을 피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고객과 직원의 반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