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성현 경사노위원장 "유럽式 노동이사제 시기상조…노사 상생문화부터 만들어야"

대립 심한 한국 노사관계상 점진적 도입이 맞아

노사간 믿음없인 4차산업 대비 구조혁신 불가능

최홍엽 금호타이어 이사, 노동이사라 볼 수없어

업종·지역별 실질적 노사협의체 구축 노력할 것

“대립과 갈등이 심한 한국 노사관계를 고려하면 ‘노동이사제’를 당장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문성현(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노동이사제가 유럽에서는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은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이사제는 국내 노사가 상생 협력의 문화를 갖출 때 가능하며 이런 변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 구조혁신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권욱기자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권욱기자



민주노총과 옛 민주노동당의 창립 주역이기도 한 문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다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국내 노사 관계를 상생과 공동결정의 관계로 바꾸는 작업이 먼저”라고 진단했다. 노사 불신이 심각한 한국에서 노동이사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기업·기관 이사회에 앉혀 경영에 관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재계는 경영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서울시가 15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식화했고 KB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기관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문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 1호 노동이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최홍엽 금호타이어 사외이사(조선대 교수)에 대해 “노동이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동법학자인 최 교수는 지난 6일 금호타이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문 위원장은 “금호타이어는 구조혁신이 절실하지만 노사의 극한 대결로 손을 못 대고 있다”며 “노사 간 소통을 이끌고 새로운 노사 협력관계를 끌어내기 위한 외부인으로 최 교수를 추천했고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도 그 뜻에 공감해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노사 간 극심한 대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은 대부분 협력사인 중소기업에 비해 막강하고 노조 조직률도 50~90%에 이른다”면서 “반면 국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사업주·근로자 모두 힘이 약하고 수익이 적어 임금과 노조할 권리 등을 둘러싸고 격렬히 다투게 된다”고 말했다. 노사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의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노사 상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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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상생 문화부터 구축해야 유럽식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유럽은 기업별이 아닌 산별 노조가 활성화돼 사용자 대표들과 임금·근로조건 등을 협상하고 각 기업은 노사 대표 동수로 구성한 노사평의회가 구조조정 같은 중요 안건을 공동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위원장은 “업종별로 임금·근로조건부터 원·하청 단가에 이르는 각종 쟁점을 협상한다면 근로자·사용자 각각의 연대의식은 물론 기업별 노사의 공동운명체 정신도 싹틀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본격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 역시 “업종별·지역별 실질적 노사 협의체 구축에 주력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국내 노사가 현재 진행형인 대립·갈등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공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휘청거리고 4차 산업혁명이 닥치면서 한국 경제는 산업 전반에서 설비와 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며 “노사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 구조 혁신은 불가능하고 결국 한국 경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과 친환경 전기차 경쟁 속 부진에 시달리는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했다. 문 위원장은 “친환경차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생산라인을 바꾸고 납품·조립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현대기아차 같은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완성차부터 부품까지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주요 기업을 돌아보면 노조는 회사 운명에 아랑곳없이 임금 지급과 고용 안정에만 몰두하고 기업들은 노조를 경영의 동반자보다 적으로 여겨 배척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대해서도 문 위원장은 노사 간 전방위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을 보탰다. 그는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많은 반대가 있고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 충격을 준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은 연봉으로 셈하면 약 2,500만원이고 청년 근로자의 기본 생활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을 최저임금위원회가 떠안아서는 안 되며 소상공인을 위한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 같은 여러 대책을 한꺼번에 논의하고 노사가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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