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전하던 러시아 펀드가 최근 반등에 성공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더해 월드컵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관계 호전 등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던 러시아 펀드가 뒤늦게 특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개막일인 지난달 14일부터 월말까지 대부분 펀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을 면치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KB자산운용의 ‘KB러시아대표성장주[자](주식)A’ 펀드는 월드컵 개막 이후 월말까지 -4.40% 수익률을 보였지만 이날 기준 3.44%까지 올랐다.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1(주식)A1’ 역시 -4.03%에서 2.14%로 개선됐고 ‘신한BNPP더드림러시아[자]1(주식)(C-A)’는 6.73%, ‘한화러시아[자](주식-재간접)A’는 2.60% 등 모든 펀드 상품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증권ETF(주식-파생)(합성)’는 10.23%에 육박한다.
이는 최근 한 달 해외펀드 중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이다. 베트남(-11.85%), 중국(-9.70%), 신흥아시아(-6.69%), 브릭스(-4.17%) 등 다른 지역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할 때 러시아 펀드는 평균 4.68%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펀드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월드컵 특수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국제 유가가 최근 한 달 사이 꾸준히 상승하며 에너지 업종을 담은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데다 월드컵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러시아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글로벌운용본부 매니저는 “이 기간 국제 유가가 WTI 기준으로 10% 이상 상승하면서 러시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그동안 러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이 6월 중 더욱 불확실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신흥국 증시 전반이 크게 조정을 받았지만 국제 유가 상승 덕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회담 결과에 따라 두 국가 관계가 긍정적으로 개선된다면 그동안 러시아 증시와 루블화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서방의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러시아 증시는 더욱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사우디를 중심으로 원유 증산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 유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러시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