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를 카카오에 60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매각했을 때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3년간 김기사에 버금가는 인수합병(M&A)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김기사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술력과 서비스를 갖춘 개발 회사들이 많은데도 대기업의 M&A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공동 창업한 박종환(사진) 김기사컴퍼니 대표는 18일 서울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에서 “창업 천국인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기술이나 서비스가 뛰어난 스타트업을 제값 주고 사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기사는 지난 2015년 당시 국내 스타트업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625억원에 카카오에 매각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박 대표는 “카카오가 2015년에 ‘김기사’를 625억원에 인수하자 애플리케이션을 사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며 “하지만 미국 구글은 이에 앞서 김기사와 유사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13억달러를 주고 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열사로 SI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마음만 먹으면 김기사와 같은 내비게이션 앱을 만들 수 있겠지만 시장에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면서 “김기사는 2010년 창업 후 카카오에 매각되기 전까지 5년간 끊임없는 개발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6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들였고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인수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대기업이 내비게이션 사업에 뛰어들려면 마케팅과 전문 인력 채용 등에 큰돈을 쓰고 시장 분석에도 나서야 했을 것”이라며 “M&A에는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간을 벌어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카카오의 김기사 인수는 그런 면에서 대·중소기업이 M&A를 통해 상생하는 좋은 사례라고 역설했다. 그는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출시를 앞두고 내비게이션이 필요해 M&A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우리 회사를 인수했다”며 “카카오 입장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자체 개발할 때와 비교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원하는 시기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돼 좋았고 김기사도 카카오 인수로 회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후배 스타트업에 동기 부여를 해줬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M&A 활성화를 막는 원인으로 규제를 꼽았다. 그는 “2012년 말레이시아 택시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 ‘그랩’은 지난해 말 기준 10억달러 매출에 기업가치만 60억달러에 이른다”며 “중국판 우버인 ‘디디’ 역시 기업가치만 800억달러로 중국 시장에서 우버를 물리쳤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카카오택시는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유사한 사업을 벌이는 업체만큼은 돈을 벌지 못한다”며 “자유경쟁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해도 이를 막는 규제들이 너무 많은 탓”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