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말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의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선 현재 SK E&S와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이 사용하고 있는 3개층 공사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3~4개 층씩 단계별로 리모델링에 돌입할 계획이다. SK E&S와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은 공사가 시작되면 사옥 맞은편의 ‘그랑서울’로 이전하기로 했다. 3개 층에 대한 공사가 완료되면 SK에너지, SK㈜ 등 현재 서린동 사옥에 있는 계열사들이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리모델링한 공간을 사용하기로 해 SK E&S를 비롯한 3개 계열사는 1년 이상 외부 생활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공간 혁신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업무공간을 ‘공유오피스’ 형태로 바꾼 SK㈜ C&C의 경기도 판교 사옥과 비슷한 방향성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C&C는 구성원들이 고정 좌석 없이 본인의 업무 필요에 맞춰 4개 층에 분산된 좌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으며 특히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사,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공간을 바꿔 업역에 갇혀 제한되고 틀에 박힌 사고와 행동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이 목표인 만큼 기본 원칙은 계열사별 칸막이도 모두 없애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096770) 직원과 SK㈜직원이 옆에 앉아서 업무를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SK서린빌딩의 사무실 공간을 바꾸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무실 공유 방법과 공간 활용 방향 등을 검토해왔다. TF는 직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다음달 초 SK서린빌딩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공간 개선 방식과 공간 활용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SK그룹이 본사 빌딩의 공간 구조 개선에 착수한 것은 최 회장이 올해 초 신년회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며 그 사례로 일하는 공간의 ‘딥체인지’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당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고 만나는 사람도 인사만 나눈 사람을 포함해도 20명이 안 될 것”이라며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본사 리모델링에 착수하면서 SK그룹과 각 계열사의 내부 조직과 제도 개선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확대경영회의의 상당 시간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스웨덴의 ABB, 일본의 도요타 등을 예로 들면서 하반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때 조직 및 제도 설계 방향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만큼 올해 말 SK그룹의 인사 및 조직개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