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목적도 태생도 완전히 달라…“EITC연계 조건,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인건비 상승이 해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반면 근로장려금은 일은 하는데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근로자나 이따금 일하는 일용근로자, 자영업자 들도 소득 등 요건만 충족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두 제도는 아예 다르게 운용되는 만큼 연계 자체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다만 최저임금의 목적을 고려하면 접점은 있다. 최저임금이 결국 저소득근로자의 살림살이를 지원한다는 의미인 만큼 최저임금을 덜 올리는 대신 근로장려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사업주는 일자리안정자금 없이도 부담을 덜 수 있고 근로자의 소득도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도 저도 아닌 셈이 됐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에도 3조원 그대로인데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10.9% 올라 2년간 누적 상승률 29%에 달하고 근로장려금도 대폭 확대됐다. 아직 일자리안정자금의 내년 향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사업주들의 어려움만 가중됐다. 단, 이번 근로장려금 확대를 계기로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억제하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연착륙시킨다면 연계 효과는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②즉시 vs 반년 뒤…지급 시점도 달라
지급 방식도 큰 차이가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매월 10일과 20일 지급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16.4% 올랐지만 인상분 9%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매월 사업주에 주기 때문에 실제 부담을 크게 던다. 반면 근로장려금은 현재 제도상 올해 근로분을 이듬해 9월에 보상받는 구조다. 올해 1월 월급에 대한 보상이 20개월 뒤에 찾아온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올해 세제 개편을 통해 1~6월 상반기 근로분은 그해 12월, 7~12월 근로분은 다음 해 6월로 지급 시기를 3~9개월 앞당겼다. 근로장려금을 바로 줄 수 없는 이유는 소득을 확인한 뒤 지급 대상에 충족하는 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빨리 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과거 추정소득이나 예상 소득을 토대로 일단 바로 받은 뒤 추후 정산을 통해 차액을 추가 지급하거나 환급하는 방식이지만 행정부담이 크고 환급 시 반감이 생길 수 있다.
③일자리안정자금 매달 줘야 하는데…EITC는 반년이 ‘최선’
실제 소득을 확인한 뒤 지급하는 근로장려금 특성상 한 번 지급할 때마다 국세청과 한국은행 등에 행정 부담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 이듬해 9월에 모든 조건을 확인 후 지급했다. 올해 개편으로 주기를 반년으로 바꾸면서 집행 기관의 일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근로장려금은 거둬들인 세금에서 바로 지출된다. 한은이 국고 역할을 하는데 지급대상이 지난해 166만가구에 달해 한 번 돈을 주려면 꼬박 2주가 걸린다. 2주씩 걸리는 일을 두 번해야 하는데 내년부터 대상이 334만가구로 증가하니 산술적으로 1년 중 돈을 주는 데만 두 달을 쓰는 셈이다. 또 근로장려금 지급기준이 연간소득이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지급대상이었다 하반기 소득이 늘어 대상에서 벗어날 경우 이듬해 9월 정산해 자격에 어긋날 경우 지급액을 회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근로장려금은 반기마다 지급하는 게 최선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