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태스크포스(TF)에 정작 클라우드 기업들을 쏙 빼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든 다음에 기업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체들에서는 현장의 애로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23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클라우드 규제혁신 TF 회의에는 해당 교수와 법무법인·금융회사 등만 참석하고 클라우드 관련 업체 관계자는 배제됐다. TF는 제도개선 효과 등을 종합 검토해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핀테크와 클라우드 기업 등이 빠진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업은 가이드라인 골자를 잡은 뒤 나중에 참석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이드라인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업계가 참석하면 이해관계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교수 등 전문가들과 먼저 가이드라인을 만든 다음에 부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TF 첫 회의부터 배제된 관련 업체들은 부글부글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회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은 업계에도 전해졌는데 정작 참여한 기업이 없어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초기 회의부터 참석해 기업들이 애로를 반영해야 하는데 업계 얘기를 안 듣고 어떻게 관료들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관련 기업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클라우드란 온라인 저장공간에 자료를 모아두고 사용자가 필요한 자료나 소프트웨어 등을 언제 어디서든 빌려 꺼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위는 이 같은 클라우드 공간에 고객의 개인신용정보나 고유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 등 ‘중요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도 저장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원래 국내 금융권은 ‘중요정보’가 아닌 내부업무·상품소개·고객서비스 등 ‘비중요정보’만 클라우드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로써 앞으로는 핀테크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첫 회의 때부터 ‘업계 패싱’이 이뤄지면서 TF 결과물이 탁상행정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 의도하지 않은 또 다른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는 여러 가지 장비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복잡한 시스템이라 제공되는 서비스의 기능, 장비의 특성, 발생할 수 있는 장애 등을 잘 다룰 줄 아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문이다. 운영 경험이 없으면 이를 잘 알 수 없는 만큼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금융위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확대 추진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TF에 참여하면 유리한 입장만 고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회의부터 관련 기업을 빼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필요가 있느냐”며 “어차피 기업들과 함께 논의하며 가이드라인 등을 조정해나가야 하는데 한 번 할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