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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꿀벌이 사라지면?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꿀벌의 가치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이 농작물들이 열매를 맺지 못해 사라질 것이다. 동물들도 먹이가 없으니 사라진다.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도 진행된다. 결국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 역시 식량 부족과 전쟁으로 사라진다. 인류 멸망의 끔찍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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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대규모의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는 ‘벌들의 역사’라는 소설에서 이 군집 붕괴 현상이 대재앙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꿀벌의 멸종이 인류의 멸종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한 것이다. 이 소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2015년 노르웨이 서점협회로부터 ‘올해의 작품상’으로 선정된다. 군집 붕괴는 일하러 간 꿀벌들이 어떤 원인에 따라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새끼벌·애벌레가 모두 폐사하는 현상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로 인해 꿀벌이 30%에서 90%까지 감소했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까지 만들 정도였다. 이 군집 붕괴 현상은 지금 모든 대륙에서 발생해 매년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오는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하다.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군집 붕괴 현상뿐만이 아니다. 질병과 천적이 꿀벌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낭충봉아부패병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토종 꿀벌을 90% 이상 격감시켰다. 등검은말벌 또한 단시간에 꿀벌을 초토화시킨다. 산불이나 밀원식물 벌채 같은 요인도 꿀벌의 생존을 위협한다. 꿀벌의 생존 문제를 수수방관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은 6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생태계 유지 기능까지 감안하면 60조원이 넘는다는 학자도 있다. 아무튼 우리가 꿀벌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극명하다. 이는 꿀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꿀벌은 축산법의 적용을 받지만 이 법은 소·돼지 같은 가축 위주로 돼 있다. 독립적인 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다. 일본은 1955년 제정된 양봉진흥법을 2013년 전면 개정해 ‘신(新) 양봉진흥법’을 탄생시켰다. 미국·독일·중국 등 각 나라에서도 관련 법을 제정해 꿀벌 보호에 나서고 있다.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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