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가 잦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피해보상 한도를 늘리기 위해 손해보험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들은 해킹 등으로 피해를 봐도 보상한도가 적어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보험사와 피해보상 한도를 높인 보험상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2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보험 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화손해보험을 선정했다. 3∼4개 보험사를 상대로 접촉을 진행하다 최근 한화손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한화손보는 오는 8월 보험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빗썸과 보상 한도와 보험료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빗썸은 현대해상·흥국화재 등 2개 보험사에 각각 30억원 규모의 보상 한도로 가입돼 있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은 ‘사이버종합보험’으로 사이버보험 중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피해나 기기 파손 복구 등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킹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제한적이다. 제3자의 사이버 공격으로 기업에 재정적인 손실을 일으키는 위험을 종합적으로 담보하는 상품일 뿐 정작 중요한 ‘거래소 해킹 등으로 제3자(투자자)의 재산에 직접 피해가 갈 경우 보상한다’는 내용의 약관은 없는 상품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한화손보가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국내 암호화폐 전문 보험 상품 개발에 뛰어든 셈이다. 관련 업계는 선제적인 움직임에 이목을 집중하면서도 실질적인 관련 상품 개발까지는 쉽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화손보가 가진 업계 위상이나 시장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상품 개발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화 보험이라 잘만 되면 당장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 중소형 보험사로서는 시장에서 입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피보험자가 원하는 수준의 요건을 보험사가 과연 수용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당장 암호화폐 거래소가 보험사가 요구하는 금융사 수준의 보안망을 갖추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제도권 밖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보안 시스템을 금융사 수준에 준하게 갖추라고 강제할 명목이 없는데다 규정 없이 자율에 맡기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보험사와 피보험자의 계약 논의가 진전을 이루기가 힘겨울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 현대해상·흥국화재·DB손해보험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은 위험 분담을 위해 코리안리·뮌헨리·스위스리 등 재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이들 재보험사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용도와 안전성을 도박사이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암호화폐 해킹 보상 보험이 나오더라도 재보험 가입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