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美 공화당 전당대회

2016년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시내 곳곳에 대형 포스터와 벽화가 일제히 내걸렸다. 한 건물 벽에는 ‘세계 최초의 교통신호등이 1914년 8월 클리블랜드 유클리드 애비뉴에 설치됐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혔다. 이렇게 대부분 시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클리블랜드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열정이 느껴졌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전당대회는 도시를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외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돼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도 도시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만명 이상의 대의원과 당원·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경제적 효과만도 수억달러에 달한다. 4년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도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당시 클리블랜드도 댈러스·덴버·캔자스시티·피닉스·라스베이거스·신시내티 등과의 유치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유치비만도 3,000만달러를 썼다고 한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당대회 유치 열기가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전당대회가 시작된 1830년대 초에는 지리적 여건이 개최지 결정의 핵심 고려사항이었다. 남북전쟁 이전까지는 미 대륙 중앙이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대다수의 전당대회가 개최되다가 서부로 영토가 확장되면서 새 중심지가 된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가 각광을 받았다.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만도 20차례에 육박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곳도 1860년 시카고 전당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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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지 결정 공식이 변한 것은 1900년대 후반 들어서다. 경합이거나 수세인 지역이 일반화됐다. 선거 승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지 싶다. 2016년에 공화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텍사스(댈러스)와 스윙스테이트인 오하이오(클리블랜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다 경합주를 택했다. 2012년 대선 때도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전당대회를 치렀다.

최근 공화당이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 장소로 낙점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역시 같은 케이스다. 이곳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본사가 있는, 뉴욕 다음의 금융중심지로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60%의 표가 몰렸는데 벌써 이들 반공화당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적진’을 전당대회 장소로 택한 공화당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진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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