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로터리] 쉼도 경쟁력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영국 심리학자들이 세계 32개 도시의 보행 속도를 조사했더니 10년 만에 평균 10%나 빨라졌다고 한다. 걸음걸이가 가장 빠른 싱가포르의 경우 아프리카 도시들보다 세 배나 빨랐다고 하니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조밀해질수록 보행 속도도 빨라지는 것이다.

삶의 기쁨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보다 느긋하게 들꽃을 보며 걸을 때 찾아온다. 안개 낀 새벽, 바닷가에 지는 저녁노을, 무더위 속 계곡 물소리는 시간에 쫓기는 눈으로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지긋이 바라봐야 가슴으로 들어와 행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행복은 여유에서 나오고 여유는 삶의 쉼표이다.

쉼은 분주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들의 평균 여름휴가 기간은 4.3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7월 하순~8월 초순에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사람도 16.3%나 됐다. 안타깝게도 6명 중 1명은 여름에 쉼이 없다는 것이다.


쉼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한가함을 즐기는 사람은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쉼은 오히려 재충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지친 심신을 보듬어준다. 잘 쉬어야 생산성도 높아진다. 스티브 잡스가 명상을 자주 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쉼은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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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을 맞아 너도나도 떠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에서 벗어나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있다. 떠나는 궁극적인 목적이 쉼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쉼을 즐겨야 한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유명한 관광지도 좋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숨은 명소도 좋다.

우정사업본부도 최근 ‘집배원이 전하는 방방곡곡 신나는 여행지’를 발간해 전국 우체국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집배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추천해 7~8월에 가볼 만한 곳 78곳을 담았는데 솔깃한 곳이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행복을 원하면 내가 행복에 다가가야 한다. 자기는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탓해봐야 달라지지 않는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쉼을 위해 달려가면 행복이 찾아온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수필집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며 거창하지도 않다. 잠시 벗어나는 쉼이야말로 바로 행복이다.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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