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카드수수료가 ‘제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10대 주요정책과 7대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인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수수료는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올해 원가분석을 거쳐 다시 책정한다. 금융위는 또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에서 카드수수료 체계와 관련한 종합개편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정부·소비자·가맹점의 이해 분담 등이 TF 논의 대상이다.
이번 원가분석을 두고 금융위는 ‘원가 하락분(인하 여력)’이라는 표현을 적시했다. ‘정부·소비자의 분담’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고 일반 소비자의 연회비를 올려 가맹점이 무는 수수료를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현재 0.8%)이 부담하는 카드수수료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매출 3억∼5억원 중소가맹점(1.3%)의 수수료도 0%대까지 인하가 유력시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가지는 가운데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와 의무수납제 폐지 등으로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위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투자 확대, 혁신적 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긍정적 효과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34% 또는 50%로 확대하는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5건 발의된 상태다.
다만 산업자본에 의한 인터넷 은행의 사금고화가 우려되는 만큼 금융위는 지분보유 한도를 높이는 대신 대주주에 대한 인터넷은행의 신용공여를 금지하거나 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대주주 발행 증권을 매입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10대 주요정책 첫머리에 ‘창업·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를 배치했다. 2조3,500억원의 성장지원펀드를 조성·지원하고, 동산과 지식재산을 통한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창업·혁신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시중자금을 원활히 유입시켜 일자리 중심 경제 구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 ‘종합평가등급’을 도입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금융상품 판매규제와 사후구제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주요 입법과제로 꼽았다. 현재 이와 관련한 정부안과 의원입법안 5개가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소비자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면 상품 판매를 제한·금지하는 ‘판매제한명령권’, 금융회사가 판매행위규제를 어긴 경우 소비자가 일정기간 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권한, 2,000만원 이하 분쟁조정이 제기되면 금융회사가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조정이탈금지제도’ 등이 담겼다.
이 밖에 혁신적 금융서비스 도입을 위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부실기업 워크아웃 제도를 되살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최고경영자(CEO) 선출·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가상통화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두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 등이 금융위가 꼽은 입법과제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