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고소공포증 치료하는 VR, 공황장애에도 효과"

최욱 인터코어컨버전스 대표 인터뷰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 등

특정상황 두려움 느끼는 환자들

지속 노출로 공포 무디게 만드는

정신질환 치료 콘텐츠 개발할 것




“미국 국방성은 이라크 등에서의 파병활동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군인들에게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무서워하는 상황에 계속 노출시켜 그 환경에 무뎌지게 하는 ‘노출치료’인데, 이미 의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우선 고소공포증 치료로 시작해 충동조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개발하겠습니다.”

최욱(사진) 인터코어컨버전스 대표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고소공포증은 시각적인 이유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VR을 사용할 경우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의사가 VR 기기를 착용한 환자의 심박 수와 뇌파를 확인·분석할 수 있어 진단의 객관성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설립된 인터코어컨버전스는 VR을 활용해 고소공포증을 치료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VR을 통한 고소공포증 치료가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지금 공포감을 느끼는가’ 수준의 문진에 머문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인터코어컨버전스의 경우 VR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환자의 뇌파와 심박수 등을 함께 측정하도록 해 환자가 어느 단계에서부터 공포감을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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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가 고소공포증 관련 콘텐츠를 선택한 이유는 VR이 헬스·훈련 등의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VR 기기 등 하드웨어의 경우 다양한 제품이 나오며 점점 발전하고 있는 반면 기기가 활용할 만한 콘텐츠는 게임이 대부분이어서 하드웨어 대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VR의 가장 큰 장점은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부터 전쟁터까지 착용자에게 리스크나 부담을 주지 않고 모든 가상의 상황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상황을 이용해 훈련이나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코어컨버전스는 고소공포증을 넘어 분노조절장애나 충동조절장애,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 각종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도 개발할 예정이다. 특정 상황이나 장소 등에 공포나 분노를 느끼는 이들을 VR을 통해 그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분노나 공포를 덜 느끼게 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많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경우 많은 사람 앞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VR 콘텐츠를 제공하고 계속 연설을 하게 해 공포를 극복하게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나 분노조절장애 등 분노형 범죄를 치료하는 데 VR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범죄 치료의 경우 여러 손실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코어컨버전스는 VR의 가장 큰 문제인 해상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 ‘신과함께’ 등 특수효과에 참여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위지윅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해상도가 낮을 경우 현실감이 떨어지며 어지러움 등을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마쳤으며 현재 해당 프로그램을 도입할 병원을 물색하고 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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