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리포트-외화내빈 한국특허] 매년 평가비용에 법인세 부담...30억 가치 특허, 장부엔 1,000만원

■현실 반영 쉽지않은 특허 자산

정확한 가치 산정 어려워

분식회계 논란 부를 수도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A업체는 무게를 감지해서 사출(射出)하는 로봇 기술을 개발해 특허권을 취득했다. 이 기업이 장부가에 반영한 로봇 기술 등 특허권 3개의 가치는 출원료를 바탕으로 측정돼 1,000만원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이 기업은 산업은행과 평가기관을 통해 특허권의 가치를 재평가받아 평가액이 30억5,000만원에 달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업체는 장부가로는 1,000만원이 안 되는 특허권을 담보로 최근 금융기관에서 20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처럼 특허권을 회계상 자산에는 형편없이 낮은 가치로 반영하고 있다. 특허권과 관련해서는 수익창출 가치 대신 출원 비용을 바탕으로 가격을 매겨 회계장부에 기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기업처럼 실제 가치 있는 특허권이 형편없이 낮은 가치로 반영돼 차후 재평가 과정을 거쳐 자본에 산입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특허권과 관련해 공정가치를 매긴 뒤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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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특허권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권의 가치를 매기려면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하며 대략 연간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외부기관에 의뢰할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권의 가치를 올려 회계상 반영할 경우 자본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 외에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조경선 한국발명진흥회 소장(미국공인회계사)은 “특허권의 가치 재평가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외부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소극적”이라며 “특허권은 매년 가치가 변동할 수 있어 공정가치를 매길 경우 외부기관에 용역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 부담을 떠안고 특허권의 실제 가치를 장부상으로 반영할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비용 문제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분식회계 가능성이다. 특허권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등과 달리 정확한 가치 산정이 어려워 언제든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가치를 올려 잡은 뒤 문제가 생기면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특허권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들이 있어 회계상 공정가치로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했는데 최근 발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완전히 포기했다”며 “특허권의 가치가 완벽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국가들도 장부상 저평가를 용인하고 있는데다 자칫하다가는 일부 기업들이 특허권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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