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D램 가격 하락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장기 성장성을 믿고 반도체주에 베팅한 개인들의 매매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71%(3,100원) 내린 8만5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8만200원까지 하락하며 지난 4월10일 이후 처음으로 8만원 아래로 추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26일 발표되는 2·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에 기관이 SK하이닉스 5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보합세를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주가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의 비관적인 전망이 반도체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현대차증권은 주요 증권사 중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매 전략을 박스권 ‘트레이딩(Trading)’으로 권고했다. 반도체주 하락세가 나타나도 중장기 성장성을 근거로 투자의견 ‘바이(BUY)’를 고집하는 증권사들의 관행과 상반된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매매 전략 조정의 이유로 D램 가격 하락을 꼽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급 대비 줄어든 수요 탓에 내년 상반기부터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D램 고정가격이 하락하는 구간에 반도체 회사들의 추가적인 주가 조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접근을 내년 상반기까지 박스권 트레이딩으로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D램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사업 매출액은 올해 4·4분기 14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추락해 내년 4·4분기에는 13조3,000억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D램 사업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67.3%에서 6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D램 가격이 DDR4 4GB 스팟 가격 기준 3·4분기 4달러를 찍고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 실적에 직접적인 악재로 반영되는 것이다.
증권가의 매매전략 조정은 반도체주 매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개인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가 하락에도 개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데 D램 가격 추이에 따르면 중기적으로 내년 상반기, 최악의 경우 내년 하반기까지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D램 가격 하락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면서도 “바이앤드홀드(BUY & HOLD) 전략은 내년 하반기는 돼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재상장한 5월4일 이후 2조5,678억원을 사들이며 매집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