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김 전 기획관에게 뇌물 방조는 무죄, 국고손실 방조는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면소를 선고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4~5월과 2010년7~8월 김성호·원세훈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청와대에 관행적으로 지원해 온 자금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며 “해당 자금이 국정원장직 유지, 국정원 현안 관련 편의를 기대하고 전달됐다는것은 추측에 불과해 뇌물 방조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앞서 선고가 있었던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서와 같은 논리다.
국고 손실에 대해서는 범행이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 소가 제기됐기 때문에 면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안보 등 국정원의 본래 업무 목적과 무관하게 특활비를 사용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횡령방조죄가 성립한다”며 “하지만 2010년으로부터 공소시효가 완성된 7년 후에 소가 제기됐으므로 면소의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후 검찰 측은 한동안 법정에 앉아 공소사실을 들여다보며 판결에 대해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기획관은 법정 바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재판이 끝난게 아닙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의 변호인은 “뇌물방조가 무죄로 나와서 검찰이 항소할 것”이라며 “재판이 다 끝나고 난 후 입장을 말씀하시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