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영점 6개 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70여 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유명 저가 커피 브랜드인 ‘더벤티’의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 인근 직경 1km, 반경 500m를 상권보호반경으로 정하고 신규 가맹점의 유입을 제한하는 노선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4월 경쟁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는 공백상권이 있다는 이유로 근접 출점 계획을 밝힌 뒤 기존 가맹점 인근에 신규 가맹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기존 부산에서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해 55개 점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뒤집은 것으로 현재 67개 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근접 출점으로 인해 기존 가맹점 매출에 간섭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산지역 한 가맹점주는 “부산에는 55개 점으로 가맹점을 한정한다는 애초 가맹본부의 약속과 달리 인근에 같은 브랜드가 생겨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현재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에는 저가 커피 가맹본부들이 대거 가맹점을 늘리면서 가뜩이나 출혈 경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까지 인근에 생기자 매출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가맹점주는 “계약할 때 인근에 가맹을 개점할 경우 기존 점주와 상의한 뒤 동의를 얻기로 했지만 일방적으로 가맹점을 개설했다”며 “이후부터 매출이 떨어졌고 현재는 하루빨리 양도나 양수가 되길 바라지만 같은 브랜드와 경쟁 브랜드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매출 동반 하락을 막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장 한계 점포 수를 정하면 더 이상 출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커피 가맹 업계의 행보와는 역주행하는 행태다. 양이 많고 값이 싼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저가 커피는 한 잔에 적은 수익을 남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많은 고객 수를 확보해야만 적자 운영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최근에는 값싼 편의점 커피와 저가 가맹점 등으로 커피 시장 임계점에 달한 만큼 같은 브랜드의 근접 출점은 가맹점들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 살 깎기’라는 지적이다. 실제 또 다른 가맹점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저임금 상승, 경쟁업체 출점 등으로 매출 폭이 줄어든데다가 같은 브랜드의 근접 출점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더벤티의 창업비용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점주는 “가맹본부는 소자본 창업을 내세우지만 가맹점을 개설할 때 가게 보증금을 제외한 인테리어(8평) 비용과 재료비 등으로 1억 원가량이 들어갔다”며 “여기에다 각종 비용까지 감수해야 해 가맹점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더벤티코리아 관계자는 “근접 출점에 대한 양해를 구할 당시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인근 점포 개설 우선권과 혜택을 줬다”며 “1km를 넘어가도 같은 상권이 아니냐는 일부 점주들의 항의도 있지만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가맹 계약서나 법을 위반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백 상권의 경우 인근 점주들에게 출점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우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회사가 마음대로 가맹점을 개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경쟁업체는 서면에 4~5곳씩 가맹점을 두고 있는 반면 더벤티는 서면에 3곳, 남포·광복동 각 1곳 씩 만 가맹점을 두고 있는 게 방증”이라 설명했다. 특히 “현재 회사의 근접 출점 전략에 대한 불만이나 우려를 하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는 가맹본부와의 소통의 문제인 것 같다”며 “오해가 없도록 소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