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약가 분쟁 해법도 혁신이 필요하다

김경미 기자 <바이오IT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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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개발한 신약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 제약사와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싶은 정부 사이에 충돌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내 보건당국은 대체 약품이 전혀 없는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비용 대비 효과’ 즉,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심사하는 경향이 높아 충돌이 잦다. 그동안은 정부와 제약사 간의 충돌 시에는 ‘제약사의 이기심’을 질타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혁신 신약들이 대거 등장하고 환자들도 삶의 질을 추구하는 등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약값 책정 방식이 오히려 환자에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중견제약사인 대화제약이 개발한 개량 신약 ‘리포락셀’ 약가 책정과 둘러싼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화제약은 200억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들여 여러 암의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파클리탁셀 성분 주사제를 세계 최초로 마시는 형태의 항암제로 개량해 2016년에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보험 등재 약가가 시판되고 있는 복제약(제네릭)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계산되면서 국내 출시에 제동이 걸렸다. 제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가격으로는 도저히 국내 출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은 약효 측면에서 봤을 때는 기존 항암 주사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 볼 때 리포락셀은 기존 항암제에 비해 상당히 좋은 약이다. 주사제가 아니기에 주사 항암요법에 앞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여러 처치를 생략할 수 있으며 손발 저림이나 탈모 등의 부작용도 현저히 낮아졌다.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유리하다. 하지만 정부가 약가 산정을 할 때 이런 점들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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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에 대한 갈등으로 꼭 필요한 치료제가 국내 환자들에게 아예 공급되지 않거나 늦게 제공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월 다국적제약사 게르베코리아가 간암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의 약가를 기존 대비 5배 올려주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가 최근에야 절충점을 찾은게 대표적 사례다. 국내 한 중견제약사 대표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저렴하게 약을 공급하고 싶지만 국내 건강보험에서 약값이 낮게 책정되면 해외 약가 책정에도 협상력이 떨어진다”며 “우리 회사가 신약을 개발한다고 해도 국내 출시는 가급적 늦게 진행할 것 같다”고도 말했다.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을 딛고 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또 보험 지출에서 약값 비중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신약 등재 약가를 깎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의약품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정부가 보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열고 약가 책정에서도 혁신을 도입하길 기대해본다. kmkim@sedaily.com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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