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은 지난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후 23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경남 또한 보수에서 진보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위기 속 부·울·경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블루오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민선 7기 부산은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건설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초대형 항만과 24시간 가동되는 국제공항,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철도 등 새로운 부산이 시작되고 있다. 울산은 북방경제 교류의 중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위기의 조선업을 대체할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으며 수소 에너지 산업을 통해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 또한 기존 대표 산업인 항공우주와 바이오, 지능형 기계 등에서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낙후된 서부 경남에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대형 항만·국제 공항·유라시아 철도…
‘부산을 세계 물류의 메카로’ 잰걸음
민선 출범 23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부산은 기존에 추진해 온 굵직한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 최대 현안인 신공항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BRT), 돔 야구장, 기장해수담수화 등이 재검토 대상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정의 연속성을 위해 지난 시정의 옳은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나가겠다”며 “앞으로 주요 사업을 결정하고 진행할 때는 시민과 함께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부·울·경의 상생 협력, 전남에서 부산에 이르는 남해안 광역권 협력관계 설정, 국제적인 네트워크 협력을 강조하며 부산을 풍요와 행복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건설,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건설하기 위해 물류와 해양 산업의 성장을 위한 첨단시설과 장비를 갖춘 초대형 항만, 24시간 가동되는 국제 규모의 공항,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가는 철도를 갖춘 트라이포트를 만들어 세계 물류의 메카로 육성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지식 산업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또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복지 확충에 힘쓰고 공원과 체육시설을 늘리며 젊은이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아이와 여성의 안전대책 수립과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제도 및 원전 안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청년의무고용 확대 등 일자리 창출에도 온 힘을 쏟고 문화예술을 획기적으로 지원해 가족들이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시민을 주인으로 받들어 민생현장을 어디든 방문하며 기업인, 시민사회, 지식인, 정부 등 모두와 만나 소통, 화합, 실용의 리더십으로 부산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울산, 수소에너지 등 새 블루오션 발굴
남북 교류협력도…북방경제 거점으로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출범한 민선 7기 울산시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비상하는 울산’을 강조하며 북방경제 교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수소 에너지 산업 등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육로, 해로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울산이 북방경제 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울산시에서는 지난 5월 초 남북 교류협력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했으며 이달 송 시장 주재로 남북 교류협력 추진상황 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동해안 벨트의 북측 나진·원산 등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비축기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경협뿐만 아니라 문화체육 분야 교류, 인도적 지원 등도 계획하는 등 울산을 남북경협의 동해안 벨트 중심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에서 20%까지 끌어 올리고 지자체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체계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울산은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해양플랜트 산업 기반을 활용해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주 부진으로 새로운 활력 모색이 시급한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을 부흥시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수소 에너지 사업은 울산이 가장 앞서는 사업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수소차가 생산되고 있으며 전국 수소 70%가 울산에서 생산된다. 울산시는 장현첨단산업단지에 관련 업체 입주를 도와 수소 에너지 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경남 ‘혁신 산업 결합’ 제조업에 활력
항공우주·바이오 등 육성에도 총력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축이었던 경남은 최근 제로성장이 이어지면서 지역내총생산(GRDP)이 광역자치단체 중 4위로 떨어졌다. 김경수 지사는 “경남은 제조업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곳인데 경남의 제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에도 영향이 미친다”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경남도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과 혁신 산업을 결합해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성장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기존의 중소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스마트 공장, 스마트 산단을 확산하고 경남형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큰 틀이다.
경남의 대표 산업인 항공우주, 바이오, 지능형 기계 등의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 육성에도 나선다. 대륙과 해양이 시작되는 동북아의 관문으로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맞아 변화에 대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낙후된 서부 경남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서부 경남 KTX를 국가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조기 착공할 계획이다. 경남의 강점인 농수산업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산업과 관광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 친환경 스마트팜과 수산식품 거점 단지를 만들고 광역 단위 친환경 급식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역 농산물과 연계한 순환형 경제성장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리산과 영남알프스, 남해를 연계한 힐링 휴양관광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황상욱·장지승·조원진기자 so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