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1인자를 둘러싼 경쟁에는 늘 이목이 집중된다. 미소간 냉전 시기엔 세계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했다. 코카콜라 대 펩시콜라 간 경쟁은 한 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알리 포먼 Ali-Foreman은 권투의 새 시대를 열었고,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와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간 갈등도 큰 관심을 모았다(스위프트가 웨스트 때문에 한 행동을 살펴보라).
그러나 글로벌 규모의 ‘상업적 파이’만 놓고 보면, 위에서 언급한 충돌은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각 기업의 시가 총액은 모두 5,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두 기업 모두 급성장 중인 중국 디지털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예컨대 텐센트는 주요 게임 및 메시지 전송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부문을 지배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 각 기업은 한 때 개발이 더뎠던 지역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상하이 인근 옛 도시 항저우 Hangzhou에서, 텐센트는 홍콩과 국경을 마주한 새로운 도시 선전 Shenzhen에서 출범했다. 그리고 두 기업 모두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실사용자 수는 5억 5,200만 명이고, 텐센트의 위챗 WeChat 메시지 발송 서비스는 최근 10억 계정을 돌파했다.
이 모든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차이점이 뚜렷하다. 마치 애플과 구글처럼 문화, 스타일, 그리고 접근법이 매우 상이하다. 두 기업은 중국이 인터넷 초창기였던 1990년대 후반 설립됐다. 그리고 수 년 동안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상대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예컨대 텐센트는 알리바바의 주력 분야인 소매와 금융 서비스 부문에 투자하고 있고, 반대로 알리바바는 텐센트의 주력 분야, 특히 다양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메시지 전송 부문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다. 두 기업 회장의 성이 똑같다는 것이다. 물론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은 친척이 아니다. 중국어로 ’마‘는 말을 의미하기 때문에마화텅의 영어 별명이 조랑말(Pony)인 것도 이 때문이다-두 ’마‘ 회장간의 경합은 문자 그대로 경마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노리는 트로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중국 디지털 경제에서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다.
수 년 간 서로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상대를 존경한다는 말을 아주 쉽게 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말은 상대를 비난하거나 혹평하기 전에 잠깐 하는 의례적 인삿말처럼 되고 있다.
과묵한 엔지니어로 서구 언론과 인터뷰하는 일이 드문 마화텅(46)은 작년 12월 광저우에서 열린 ‘포춘 글로벌 포럼’에서 알리바바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업계 1위인 타오바오 Taobao 사이트가 업체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알리바바를 탐욕스러운 임대업자에 비유했다. 마화텅은 “텐센트의 입장은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의 발판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표준 중국어로 말했다. 그의 연설은 다시 영어로 통역됐다. 그는 “알리바바는 원할 경우 언제든 세입자 집세를 올리겠지만, 텐센트에겐 그런 임대 매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위챗은 일종의 ‘분권화된’ 플랫폼으로, 업체들이 ‘임대료 없이’ 텐센트에서 독자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몇 달 후 세계 곳곳을 다니는 달변가로 잘 알려진 마윈(53)이 경쟁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이 말을 받아쳤다. 그는 “그 기업은 플랫폼에서 수익을 짜내는 데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적으로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고 비판했다. 마윈은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진행된 최근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로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 “우리는 더 많은 이상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돈을 벌면서도 무언가 선한 일을 하려고 한다. 우리는 제품보단 사람을 더 신뢰한다.”
영원한 라이벌 양상이 항상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알리바바는 자사 플랫폼에 적합한 기업들의 지배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텐센트는 업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보유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 수백 곳의 소수 지분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빠르게 증가하는 중국 중산층 덕분에,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두 기업은 서로에 대한 강경 전략을 취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된 중국에서, 두 기업은 자사 주요 플랫폼에서 상대의 지불 서비스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두 기업이 투자 은행가들과 계약을 할 때, 배타적으로 자사를 위해서만 일할 것을 조건으로 넣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물론 다른 많은 기업들도 그런 제약을 집어넣지만,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우가 더 파급력이 크다. 이 두 기업 역시 주요 벤처 자본 투자자인 이상, 이런 제한을 두면 이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업무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이 충분히 넓다지만,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점점 더 갈등 관계로 치닫고 있다. 중국 소매업 전문 자문기업 코어사이트 리서치 Coresight Research CEO로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는 데버라 웨인스위그 Deborah Weinswig는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자가 자신의 모래밭에서 놀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 모래밭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항저우는 전원적인 분위기의 서호(West Lake)와 베이징으로 연결된 운하의 종착점이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 운하 덕분에 1000년 전만 해도 항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그러나 요즘엔 마윈과 17명의 친구들이 1999년 후판 Hupan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곳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는 이 아파트를 옛 상태 그대로 유지하되, 박물관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대신 이 곳을 유서 깊은 신 사업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거대한 본사(실리콘밸리에 있어도 어울릴법한 강철과 유리 건물들이 모여 있는 캠퍼스다)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중국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후판 아파트가 나타난다. 건물 밖에는 알리바바 직원들이 아닌 실제로 그 단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유모차, 옷이 널린 빨랫줄 등을 볼 수 있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4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사는 방 4개짜리 아파트가 나온다. 벽에는 알리바바 창업 팀의 사진이 붙어 있다. 화이트보드에는 작고한 중국 주석 덩샤오핑이 남긴 유명한 어구 ’발전이 절대 원칙이다(Development is the absolute principle)‘가 마윈 회장 자신이 손수 적은 글씨로 쓰여있다.
요즘 이 오래 된 아파트에 활기를 더하고 있는 신 사업은 딩토크 DingTalk다. 이 사업을 (낡은 전자레인지와 복잡한 서버랙 같은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진행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딩토크는 업계 선두인 텐센트의 위챗 메시지 전송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밀 참이다. 책임자들은 이 곳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전면적인 특권을 부여 받았다. 딩토크의 글로벌 사업 개발 책임자 크리스 왕 Chirs Wang은 이 아파트를 “성스러운 공간”이라고 부르며, 딩토크 이전에 이 곳을 거쳐 간 세가지 유명한 사업을 언급했다. 판매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웹사이트로 처음 시작한 알리바바, 현재 대부분의 알리바바 사업을 장악한 주요 소매 플랫폼 타오바오, 그리고 수십 억 달러의 독자적인 영업 규모를 자랑하는 앤트 파이낸셜 서비스의 일부가 된 알리페이 Alipay가 그것이다.
언뜻 보기에 딩토크와 위챗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딩토크 사용자들은 위챗처럼 메시지를 발송하고, 전화를 걸고, 연락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의 슬랙 Slack이나 스카이프 Skype와 비슷하다. 그러나 ‘업무용 소통·협업 프로그램’인 딩토크의 본질은 알리바바의 상업적 지향성을 반영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잘 숙지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미션은 ‘어느 곳에서나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딩토크의 목표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게 위챗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제품을 고객 관계 및 클라우드 저장 툴 같은 일반적 업무용 소프트웨어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왕은 “중소기업들은 가격이 매우 저렴한 제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알리바바는 중소기업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수 년 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 사용법을 교육해왔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직접 기술을 판매하는 건 알리바바가 택한 새로운 주요 전략이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컴퓨팅 대여 서비스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 주요 서비스 제공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작년에는 이 사업으로 무려 21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아마존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유사한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알리바바는 2년 전부터 식료품점, 백화점, 심지어 영세 식품 잡화점을 포함한 기존 소매업체들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 유통(new retail)‘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 ‘신 유통’ 전략은 대부분의 일상 사업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5월 말 어느 한가한 오후, 항저우 저장 대학 인근에서 작은 시장을 운영하는 황 안 Huang An이 (필자에게) 알리바바의 시범 ‘통합 소매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내용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와 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세븐일레븐 편의점 규모인 티몰 웨이준 슈퍼마켓Tmall Weijun Supermarket의 이미지를 쇄신했다. 티몰은 알리바바가 비교적 고급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온라인 대형 매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방문 고객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 및 카메라 기반 열지도(camera-generated heat map)/*역주: 열이 발생하거나 소비되는 곳의 온도 등을 지리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표시한 지도/ 등 현대적인 툴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황은 “이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결정을 번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알리바바 연계 매장은 회사의 ’온-오프라인 전략‘의 일부분이다. 알리바바는 전자제품 체인 쑤닝 Suning과 코스트코와 비슷한 하이퍼마트 선아트 Sun Art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헤마 Hema라는 이름의 식품 매장도 열었는데, 이 곳에선 부유한 쇼핑객들이 수조에 있는 싱싱한 생선을 선택해 점심 메뉴로 맛볼 수 있다. 알리바바는 업계를 이끌고 있는 식품 배달 서비스 어러머 (Ele.me, 餓了)
를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이 기업들은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및 기타 기술 서비스의 고객들이다. 업계 1위 알리페이의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알리바바 CEO 대니얼 장 Daniel Zhang은 이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거래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마윈은 5년 전 CEO직에서 사임하고 현재 회장직만 맡고 있다).
상거래는 실제로 알리바바의 서로 이질적인 부분들을 연결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에서 결제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알리페이를 시작했다. 알리페이는 최근 140억 달러(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자본 투자로 평가 받는다)를 유치한 앤트 파이낸셜이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미혼 성인 남녀들을 기념하는 비공식 휴일인 광군절 (Singles Day, 光棍節)을 적극 활용했다. 알리바바가 이 날을 전국적인 온라인 쇼핑의 날로 만들면서 미국의 ’홀마크 홀리데이 Hallmark holiday‘/*역주: 카드와 꽃 등을 판매할 목적으로 생겼거나 존재하는 휴일/와 유사해졌다. 2017년 광군절 매출이 약 253억 달러에 달했다. 추수감사절을 낀 주말을 포함해 5일의 쇼핑기간 동안 미국인들이 온라인에서 소비한 금액보다 60억 달러나 더 많은 금액이었다. 알리바바는 또한 배송 기업들을 하나의 연합으로 묶어 중국 전역에 제품을 배달하는 대형 배송업체 차이냐오 Cainiao를 세웠고, 그 소유 지분을 점점 더 늘려가고 있다. 마윈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목표는 중국 지역의 경우 24시간 이내, 중국 외 지역의 경우 72 시간 이내에 제품을 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후자가 훨씬 더 도전적인 과제다.
이처럼 서로 상이하면서도 잘 조화된 부분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한 상거래 관점을 잘 요약해준다. 어떻게 텐센트에 경쟁해나갈-좋게 말해 스스로 그렇게 자부한다면-것인지에 대한 알리바바의 관점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공부했고, 재무와 전략 부문에서 오랜 동안 마윈 회장의 경영을 도와온 조 차이 Joe Tsai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텐센트는 중국 밖에서는 아무 것도 운영하지 않는다. 그들은 해외에서 소량의 분산 투자를 하는 손쉬운 접근법을 택하려고 한다. 그러나 투자는 실제 경영이 전제됐을 때에만 시너지 효과를 내고,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창출해낸다. 단지 금융 투자에만 그친다면, 내부 수익률만 따지게 될 뿐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항저우가 중국의 가장 오래된 대도시라면, 텐센트의 고향인 선전은 가장 새로운 도시 중 하나이다. 홍콩과 광저우(과거 광둥) 중간에 위치한 작은 도시였던 이 곳의 운명은 1980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당시 중앙 정부가 선전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 중 하나로 지정했다. 공장이 들어서고, 차세대 장비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드론 시장을 평정한 DJI와 논란이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 ZTE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선전은 양 옆에 가로수가 늘어선 넓은 대로와 수많은 고층빌딩들이 들어선 거대 도시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약 2,000피트(610미터) 높이의 핑안 국제금융센터(Ping An Finance Center)도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센터 전망대에선 홍콩 외곽에서부터 광활한 주강 델타(Pearl River Delta)/*역주: 주강 하구의 광저우, 홍콩, 선전, 마카오를 연결하는 삼각지대/까지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델타 지역은 지방 개발업자들이 대만구(Greater Bay Area, 大灣區)/*역주: 광둥성의 9개 주요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역/라 부르길 좋아하는 곳이다.
텐센트는 선전의 몇몇 초고층 건물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로비로 두 개의 타워가 연결된, 이제 막 문을 연 본사 건물도 그 중 하나다. 공중 교각으로 연결돼 있는 이 트윈타워는 최첨단 도시의 근무 환경을 자랑한다. 직원들이 얼굴 인식 센서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고층에 위치한 육상 트랙과 수영장도 많은 편의 시설들 중 하나이다. 로비는 범세계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교외 아파트에 촌스런 공대생들이 모여 있던 알리바바의 분위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텐센트는 지난 1998년 탄생했다. 이 회사의 첫 제품은 개인 컴퓨터용 메시지 발송 서비스 QQ였다. AOL의 인스턴트 메신저 Instant Messenger의 기반이 된 이스라엘의 메시지 발송 서비스 ICQ의 모조품이었다. 텐센트는 즉시 카피캣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을 한층 더 혁신시켰다. QQ는 메시지 발송 플랫폼 안에서 게임, 통화, 그리고 기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고, 텐센트는 게임 속 ‘가상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거뒀다. 예컨대 사용자들이 ‘에너지’를 구입해 게임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식이었다. 텐센트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내부 경쟁을 통한 혁신을 꾀했다. 사내 팀들간의 콘테스트를 통해 위챗이 탄생했고, QQ 담당 그룹은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위챗의 위상을 중국 밖에선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 텐센트는 기민하게 기존 2차원 평면 QR 코드를 도입, 위챗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스캔할 수 있게 만들었다. QR 코드는 현재 중국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쿠폰을 다운로드할 때 사용되고 있다. 텐센트가 2013년 위챗 페이 기능을 더하자, 이 QR 코드는 돈을 주고받는 편리한 수단이 됐다. 마화텅은 “우리는 위챗을 사람 대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 대 서비스 관계로 변모시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위챗은 10억 계정을 돌파했고-일부 사용자들은 한 개 이상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해당 서비스는 전체 경제에서 ’디지털 운영체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14년 위챗은 ’붉은 봉투‘라 불리는 디지털 상품을 출시했다. 음력 설에 세뱃돈을 선물하는 수 백 년 이상 이어온 관습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이 기능이 각광을 받았고, 작년 말까지 8억 명의 사용자들이 은행 계좌에 위챗을 연동시켰다. 마화텅은 “이제 주차장, 농산물 시장, 절,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까지 중국 어느 곳에서나 간단한 스캔을 통해 위챗 결제를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술을 문화적 코드에 기민하게 도입한 것을 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오래 전 카피캣에서 탈피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학자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중국 내 디지털 사회 행동을 연구하는 트리샤 왕 Tricia Wang은 이를 두고 “문화적 혁신을 통한 성공”이라 설명했다. 또한 텐센트의 붉은 봉투와 알리바바의 광군제 전략을 언급하며 “성공의 비결은 문화를 장악한 데 있었다. 이 기업들은 원예가들이 식물을 접목시키듯, 문화를 상품에 결합시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민첩함이 두 기업을 경쟁 관계로 만들었다. 2014년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 i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중국 내 온라인 결제 시장의 81%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 후 모바일 결제 시장이 약 16배 이상 성장하면서, 알리페이 비중이 54%로 줄고 위챗 페이가 38% 점유율을 장악하게 되었다.
텐센트가 차기 핵심 목표로 정한 온-오프라인 소매 시장을 알리바바가 탐내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텐센트는 이 같은 노력을 알리바바의 ‘신 유통’과 비교해 ‘스마트 유통’이라고 부른다. 텐센트 제품들은 위챗의 두 가지 고유 기능에 집중돼 있다. 하나는 각종 브랜드 및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위챗의 ‘공식 계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위챗에 탑재된 가벼운 ‘미니 앱’이다. 이 앱은 처음부터 내재된 앱에 비해 개발 노력이 적게 들고, 소비자들도 별도로 다운로드를 받을 필요가 없다.
작년에 도입된 이 미니앱들은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유통 애널리스트 웨인스위그 Weinswig는 “미니앱들 덕분에 위챗은 소셜커머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는 곧 중국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미국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이 이 분야를 활용하려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미국 내 소매업 매출 증가율은 4.2%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10.2%를 기록했다”며 “위챗이 1년간 새롭게 선보인 미니앱 수가 애플 온라인 매장이 첫 4년 간 추가한 앱과 맞먹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알리바바처럼 텐센트도 소매업 및 서비스 공급업체에 투자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두 기업은 알리바바의 최대 전자상거래 경쟁사인 상장기업 제이디닷컴 JD.com과 식품배달기업 메이투안 디엔핑 Meituan Dianping이다. 알리바바가 최근 인수한 어러머의 라이벌인 메이투안은 기업공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텐센트는 소매업에 대한 관심을 알리바바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사업의 합리적인 진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텐센트의 전략 책임자이자 ‘스마트 유통’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스 린 Davis Lin은 선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GDP에서 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45%에 달한다(미국의 비중은 26%에 그친다). 그래서 소매업은 사용자의 일상 생활 면면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그는 또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이 텐센트의 사명임을 강조했다. “위챗에선 많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결제 및 지불 서비스는 이 모든 활동을 수익으로 연결 지을 수 있는 주요 관문이다. 위챗은 지난 4년간 꾸준히 성장한 결과, 현재의 사용자 수를 보유하게 됐다. 알리페이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이제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수 년 동안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관계는 제한적이었다. 중국의 인터넷 호황기에 두 기업 모두가 성공적이고 유명한 사례가 됐다는 정도로만 비교되곤 했다. 초반에는 둘 모두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화텅은 1990년대 후반의 주요 ’포털‘들과 비교하며 “당시 우리는 인터넷 산업이라는 놀이터에서 함께 지낸 형제 같은 관계였다. 우리는 2류, 아니 심지어 3류 기업들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두 기업은 상대 기업의 분야에서도 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별 효과는 없었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했지만 두 사업 모두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텐센트는 파이파이 Paipai라는 이름의 이커머스 사이트를 제작했지만, 결국엔 제이디닷컴에 매각했다. 그러나 텐센트는 위챗의 급속한 성장으로 모두가 주목하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2013년 마윈은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함께 뭉쳐 펭귄을 없애자’는 발언을 했다. 펭귄을 마스코트로 삼고 있는 텐센트를 겨냥한 말이었다(중국 기업들은 동물을 기업의 대표 이미지로 설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급 쇼핑 사이트의 마스코트는 고양이, 헤마 식품점의 로고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하마다. 앤트 파이낸셜은 이름 그대로 개미를 마스코트로 삼고 있다).
마윈이 위챗에 대해 우려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텐센트가 2014년 초 붉은 봉투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알리페이는 갑자기 모바일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됐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텐센트의 행보를 ’정교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진주만 공격‘이라 언급했다. 둘의 싸움은 결제, 소매,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 지능, 보건 관련 프로그램 및 그 외 다수 시장 부문에서 소규모 접전들로 이어졌다. 마화텅은 “우리는 ’알리바바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가 10개 이상이라 보고 있다. 어쩌면 너무 많다.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고 놀랄 때도 있다. 가끔은 이 점이 신경 쓰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텐센트 회장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적수인 알리바바 회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불안해 보인다. 알리바바의 조 차이 부회장은 경쟁 상대에 대해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중국 정부 기관의 비판과 유사하게 텐센트 게임에 중독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텐센트는 중독성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건 아이들의 건강에 특히 좋지 않다. 담배 회사랑 다른 것이 무엇인가?”(텐센트는 게임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조 차이는 그의 아들이 현재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트나이트 배틀 로열 Fortnite battle royale의 열렬한 팬이라 말했다. 북 캐롤라이나의 에픽 게임즈 Epic Games가 발행한 게임으로, 텐센트가 이 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차이는 텐센트가 소매업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들은 나중에야 정체성을 깨닫고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가 텐센트의 동기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그는 알리바바가 훨씬 더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텐센트는 어느 날 갑자기 전자상거래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서 지난 19년 간 사업을 해왔다. 단지 사용자를 위한 앱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다. 하나의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 판매자를 위한 공급 체인을 구축하는 것 등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여기에선 ‘생태계’라는 말이 핵심이다. 두 기업은 자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키우려 한다. 각 기업은 자전거 공유나 차량 호출 같은 최신식 앱 기반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쇼핑 때 현금 사용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은 국가에선, 자신의 생태계 안에, 그리고 관련 결제 서비스 및 핵심 기능에 사용자들을 많이 묶어 놓을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의 파트너 오포 Ofo의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텐센트의 위챗 페이로 결제하면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텐센트 진영의 자전거 공유 기업 모바이크 Mobike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것이 다소 번거롭다). 두 기업을 폭넓게 연구한 홍콩 PwC의 컨설턴트 톰 버트위슬 Tom Birtwhistle은 두 기업이 사실상 “벽으로 가로막힌 정원” 형태의 인터넷을 구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이 두 기업의 인터넷 환경을 자유롭게 활보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위챗에서 타오바오로의 이동이 쉽지 않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상대 기업들을 대하는 방식에 비하면 훨씬 비신사적이다. 애플에선 페이스북과 구글 앱도 쓸 수 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서구 기업들은 “친구 같은 적이지만, 통합된 온라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그렇지 못하
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두 기업이 공동 투자를 한 적도 있다. 2013년 보험업체 핑 안(이 회사의 CEO 이름도 마 Ma다)과 함께 종 안 ZhongAn이라 불리는 온라인 보험회사를 설립했다. 만약 역사가 되풀이된다면, 상대 기업을 향한 수 많은 공격과 속임수가 궁극적으론 이런 방식의 공동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전 텐센트 직원은 “내부적으론 직원들이 알리바바를 높이 평가한다. 구매도 타오바오에서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관계사 차이냐오의 물리적 물류 역량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챗은 중요한 진입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딩토크 같은 기업용 앱에 집중하는 알리바바는 고객용 메시지 서비스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텐센트의 위챗을 이기긴 힘들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알리바바의 CEO 대니얼 장은 “심지어 나도 위챗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문은 각 기업의 투자 전략이다. 두 기업 모두 거래에 적극적이다. 홍콩에 있는 번스틴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바브토시 바즈패이 Bhavtosh Vajpayee는 지난 3년 간 텐센트는 280건의 거래를, 알리바바는 174건의 거래를 체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객들을 위해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이미 투자한 분야를 누가 과연 일일이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이 두 기업을 “쇼퍼홀릭”이라고 부르며, “관련 수치만 봐도 투자금이나 지분이 어딘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수많은 거래가 과연 제대로 기록이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물론 이 두 기업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알리바바는 대규모 지분이나 지배 지분을 취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조 차이가 말하는 기업의 ‘운영 기조’가 반영된 셈이다. 동남아에서도 이 같은 특징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지역에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라자다 Lazada를 인수했고,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이자 오랜 기간 임원을 지낸 루시 펑 Lucy Peng을 CEO에 앉혔다. 반면 텐센트는 다양한 소수 지분을 선호하는 편이다. 예컨대 미국 대형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Activision Blizzard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에도, 대체적으로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편이다. 일례로 텐센트는 로스앤젤레스 라이엇 게임즈 Riot Games 사무실에서 라이엇의 인기 게임이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기업의 벤처 투자자들과 나란히 투자를 했다. 이후 텐센트가 라이엇 게임즈를 전면 인수했지만, 기존 경영방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라이엇의 공동창업자 마크 메릴 Marc Merrill은 “우리가 텐센트 경영진에 시시콜콜 보고하게 된다면, 기업 고유의 장점과 가치가 훼손될 것이다. 이 점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텐센트가 항상 착한 행동만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방이 기업 문화에 깊이 뿌리 내린 회사는 파트너 기업 제품을 라이선스 계약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유사품을 만드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S뮬 Smule은 5,000만 명의 사용자들이 하루에 2,000만 곡 이상을 연주하거나 부를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스미스 Jeff Smith는 “텐센트는 투자자인 동시에 경쟁자다. 이들이 성공적인 기술 기업을 세우기 위해 선택하는 현실적인 전략은 우리와 유사하다”라며 이미 잘 알려진 QQ와 위챗 간의 경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텐센트를 “훌륭한 파트너”라고 불렀다. 예를 들면, S뮬은 구글 및 아마존과 경쟁하는 텐센트의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다. 반대로 텐센트는 스타트업을 완전히 소유하지 않고도, 스마트 기술과 유능한 인재를 가까이에 두고 활용하면서 그에 대한 폭넓은 투자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다.
투자 스타일을 보면 이 기업들은 중국 외부에서의 성장도 추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 내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텐센트는 싱가포르 게임 상장사인 SEA의 지분을 40% 소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전략적 목표를 곧잘 세우는 알리바바는 고객 20억 명을 목표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 주요 확장지역으로 동남아시아를 삼을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조 차이는 젊은 인구와 높은 수준의 휴대전화 보급률, 덜 개발된 소매 부문을 언급하며 “이 지역 국가들은 중국의 성장과 매우 비슷한 과정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전통 산업의 잔재를 제외하면, 현재 중국의 특징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하단 ‘두 기업의 동남 아시아 체스게임’ 기사 참조).
이 두 중국 대기업이 언제쯤 좀 더 발전된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할 것인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던 주제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리 이른 시기는 아닐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거의 완전히 배척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미국 기업들에겐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기업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민감하다고 인식되는 사업에 대한 이들 두 기업의 투자는 국가 안보 때문에 거부당해왔다. 올해 초 정부간 외국인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가 앤트 파이낸셜의 미국 송금 회사 머니그램 MoneyGram 인수 시도를 차단한 것이 일례이다. 이보단 조금 덜 주목을 받았지만, CFIUS는 텐센트가 히어 테크놀로지스 HERE Technologies에 투자하는 것도 승인하지 않았다(이 네덜란드 디지털 매핑 기업은 미국에서 상당히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 유력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그리고 매우 먼 거리를 달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두 수장들에게 상당히 많은 것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페이스다. 마윈은 ’절박감‘과 ’원대한 계획‘이라는 두 가지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그의 오피스 단지는 알리바바 캠퍼스 한 귀퉁이에 따로 마련돼 있다. 작은 다리로 연결된 건너편의 빽빽한 빌딩 숲은 직원들의 사무실이다. 그는 자신의 업무 공간을 항저우 인근에 있는 유서 깊은 문화유산인 쑤저우 유원처럼 디자인했다. 그러나 안쪽에는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담음으로써 은신처 느낌과 함께 그의 글로벌 감수성을 반영하는 절충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스모그가 많이 낀 5월 말, 마윈 회장과의 인터뷰가 그가 선택한 일본풍 방에서 이뤄졌다. 다다미 위에 좌식 의자가 놓여 있고, 벽에 달린 스피커에선 중국 전통악기 연주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상 위엔 체리와 두 잔의 뜨거운 차가 준비돼 있었다. 인터뷰에서 마윈 회장은 미래에 관한 생각을 많이 드러냈다. 그는 또 다른 중국 대기업 회장이 자신에게 ‘나는 이제 지쳤다. 당신은 어떻게 계속 사업을 벌이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는 “은퇴 후 평온한 삶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한다. 은퇴 후 다시 돌아와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싶진 않다. 그것이 나와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사회를 위해 무언가 선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후, 그는 회사 강당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환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로 이동했다.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사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회사 업무를 이해하는 데에만 1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알리런 Aliren’-구글의 ‘구글러 Googler’에 빗댄 표현이다-이 되려면, 3년 정도는 근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알리바바는 이상적이고 실용적이며 낙천적인 기업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 회사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웃는 얼굴의 신입사원들에게 “떠날 사람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무표정하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마화텅 회장 역시 수 년간 기업을 궁지에 몰아 넣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광저우에서 열린 포춘 콘퍼런스에서 그는 텐센트 게임 같은 제품의 중독성과 편재성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며,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집착을 인정했다. 그는 “심지어 나도 휴대폰 없이 무대 위에 올라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시력이 매우 나빠졌다며, 중년의 나이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 동안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메시지 전송 플랫폼은 시력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시지를 내 의식으로 보내주는 뇌파 같은 것이 있다면 완벽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시간을 좀 주면, 실제로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좀 더 기다리면, 알리바바가 곧 뇌파 플랫폼을 시작할 수도 있다. 사랑스러운 동물 마스코트와 함께 말이다.
▲두 기업의 동남아시아 체스게임
잠재 고객 수가 무려 6억 4,000만 명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시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 밖에서 경합하고 있는 최초의 지역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 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그러나 두 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벌이고 있는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각 기업은 뛰어난 스타트업들의 주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투자를 단행했다.
알리바바는 2016년 중국 기업으론 최초로 동남아시아 지역 기술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싱가포르 라자다 주식을 51% 인수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지분을
매입해 남은 지분도 거의 사들였다. 지난 2월 알리바바는 과거 모바일 결제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의 수장이었던 루시 펑을 라자다의 CEO 자리에 앉혔다. 그는 사업을 재정비해 알리바바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쇼핑객들과 외부 판매자, 외주 배송업체를 연결해 주는 것. 현재 라자다가 보유한 고객 수는 5억 6,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Tokopedia가 텐센트와 협업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작년 8월 알리바바가 초창기 후원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Masayoshi Son 회장이 개입해준 덕분에 이 기업에 11억 달러를 투자하며 선수를 칠 수 있었다.
게임 사업의 확장
텐센트는 SEA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SEA는 싱가포르 소재 게임 앱 회사로, 작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에 상장하며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텐센트는 SEA가 자사 플랫폼을 전자상거래와 금융결제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그 밖에도 SEA는 자사 모바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닷컴 Shopee.com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 이 플랫폼은 현재 동남아 모든 주요 국가에서 상위 5대 소매업체에 진입해있다.
그랩에 대항하다
텐센트의 또 다른 동남아시아 주요 투자기업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고젝이다. 이 회사는 호출 기반 오토바이 제공 서비스로 출발해 최근 사업을 자동차로까지 확장했다. 작년 여름 고젝에 12억 달러를 투자한 텐센트는 회사 앱을 위챗처럼 다목적 플랫폼으로 바꿀 것을 적극 권고했다.
고젝의 경쟁사 그랩은 싱가포르 기반 벤처 기업으로 동남아 지역 차량 호출 서비스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그랩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정작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업은 다른 곳이었다. 그랩은 작년 6월 일본 토요타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그랩의 기업가치가 70억 달러 이상으로 오르며, 지역 내 최고를 기록했다.
우버는 지난 3월 16억 달러와 지분 27.5%를 받고 동남아 사업을 그랩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곧바로 고젝은 현재 그랩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텐센트는 고젝에 1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며, 그랩과의 경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마 회장이 펼치는 홍콩 호화부동산 경쟁
디지털 경제 분야 갑부인 두 사람은 모두 유서 깊은 지역의 대저택을 구입했다. 누가 더 집을 잘 샀을까? By Clay Chandler
홍콩에서 자존심 센 중국의 억만장자들을 고심하게 만드는 건 쓸만한 주택을 찾는 일이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면적이 좁고, 부유한 실수요자들이 살만한 부동산이 부족하다.
두 마 회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둘은 과시용 대저택을 포함해 다수의 저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South China Morning Post는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윈이 빅토리아 피크 Victoria Peak 정상 바커 로드 Barker Road 22에 있는주택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식민지 시대부터 홍콩의 엘리트 계층이 주로 거주했던 곳이다. 이 신문은 ‘마윈 회장이 9,900제곱피트 규모의 4층짜리 주택을 무려 1억 9,300억 달러에 구입했으며, 가격은 1 제곱피트 당 1만 9,500달러’라고 전했다. 당시 그 금액은 제곱피트 기준 최고가에 속했다(마윈은 해당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이 신문은 현재 알리바바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마윈의 빅토리아 피크 주택은 2만 제곱피트 규모의 정원과 빅토리아 항구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대저택은 6월 중순 현재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인부들이 재건축을 위해 1940년대 풍의 기존 주택을 밑바닥까지 헐어냈다. 한편 마화텅의 호화 주택은 셱오 Shek O반도에 위치해 있다. 빅토리아 피크보다 훨씬 더 인적이 드문 곳이다. 상업 중심지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이곳은 대부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드래곤스 백 Dragon’s Back‘ 하이킹 코스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 깎아 내린 듯한 절벽, 멋진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화텅은 2009년 홍콩의 한 선박업계 거물로부터 빅웨이브 베이로드 BIG WAVE BAY ROAD 13호를 구입했다. 이 곳은 셱오 반도 남단 골프 코스를 품은 20채 맨션 중 하나이다. 이 골프 코스는 유서 깊은 회원 전용 프라이빗 클럽인 셱오 컨트리 클럽 Shek O Country Club 소유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 기업 셱오 개발(Shek O Development)이 1930년대부터 초호화 주택이 건설된 이 지역을 임대해왔다. 이 곳 주택들은 업체 허가 없이는 매각하거나 개보수하거나 심지어 다른 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도 금지된다.
마화텅은 이 주택 구입에 6,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어 집을 개조하고, 8,000 제곱피트 규모의 집을 두 배 이상 넓히는 것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개조 공사가 완료되면, 그 주택 부동산 가치가 4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개발 회사의 규정 때문에 집을 팔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부동산(Asia Pacific Properties)의 부 책임자 브루스 리 Bruce Li는 마화텅의 부동산은 마윈의 주택보다 규모나 가치가 더 클 수는 있지만 “셱오 개발 주주들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마화텅이 그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홍콩에 오래 머무를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