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실크로드]중국이 가려는 '이 길' 끝엔 '꿈꾸던 중국'이 기다릴까

■리웨이 엮음, 시그마북스 펴냄

동서양 이은 실크로드 2,000년史

중앙아시아 10개국서 1년간 취재

세계의 중심 다시 꿈꾸는 '중국몽' 등

中 관점서 일대일로 전략 풀어내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일컫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벨트 프로젝트다. 일대일로의 ‘일대’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가리키고 ‘일로’는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나아가는 해양 실크로드를 말한다. 실크로드는 본래 2,000년 동안 동서양 문명을 연결한 길이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세계 진출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면서 실크로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세계 중심의 역할을 했던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신작 ‘실크로드’를 엮은 리웨이는 “역사를 되짚고 고대 중국과 세계를 이은 실크로드로 시선을 돌리는 까닭은 힘차게 다시 일어난 중국이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책은 중국 유명 시사주간지 ‘삼련생활주간(三聯生活週刊)’이 지난 2015년 특집기획으로 1년간 연재한 기사들을 엮은 것이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아르메니아 등 실크로드 상의 10개국을 취재했다.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 문물 교류의 역사를 중국 고문서와 고지도의 기록들을 토대로 고찰하고 있다. 기사를 엮어낸 책인 만큼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뛴 생생한 취재와 전문가들의 인터뷰, 다양한 지도와 사진들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처해 있는 현실 문제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관련한 정치·경제 전망도 다뤘다. 700페이지 가까운 책이지만 이마저도 2,000년 역사의 실크로드를 다 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중국 고도 창안에서 시작된 실크로드는 “아시아의 회갈색 중심지를 가로지르며 문명을 이어놓은 길”이었지만 몹시 험난한 길이었다. 도중에 10여 개나 되는 사막을 건너야 하고,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파미르고원을 올라야 하며, 섭씨 40도가 넘는 사막을 가로질러야 한다. 무엇이 이와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개척하게 한 것일까. 책은 “문명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중국 입장에서 로마 문명, 페르시아 문명, 아랍 문명이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이고 서양 입장에서 보면 그 너머에 찬란한 중국 문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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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서 생산된 유리제품이 중국 창안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전해져 일상에서 사용됐으며 동아시아의 도자기와 실크는 유럽 전역에 퍼졌다. 중국은 수학, 제도술, 화약, 제지술, 양잠 방직기술을 서방으로 전했고 이는 근대 유럽의 계몽운동과 정치혁명의 밑거름이 됐다. 실크로드가 세계 문명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일대일로’가 중국과 세계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일대일로는 중국만의 독주가 아니라 관련 국가들의 합창”이라며 “협력이 진행되면 새로운 국가관계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최근 급변한 한반도 정세로 인해 우리에게도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한반도 실크로드 건설’이 남·북·중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내다보며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실크로드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미래를 위해 우리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만8,0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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