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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판화가 이철수] "새는 온몸으로 난다...남북 문제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도 그랬으면"

文·김여정 靑기념촬영 배경 서화로 주목

"한반도 평화의 기운 끊이지 않기를 기원"

이철수 판화가가 고(故) 신영복 선생의 글씨에 자신의 그림을 넣어 그린 작품 ‘통(通)’ 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욱기자이철수 판화가가 고(故) 신영복 선생의 글씨에 자신의 그림을 넣어 그린 작품 ‘통(通)’ 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욱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올 2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당시 사진 촬영의 배경이 된 벽면 서화가 주목을 받았다. 2년 전 작고한 서예가 신영복 선생의 글씨와 판화가 이철수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지난해 초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신 선생이 오래전 찾아오셔서 하룻밤을 묵어간 적이 있습니다. 선생이 내 그림을 보시더니 둘이 협업을 하면 좋겠다고 해요.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6년 1월 선생의 장례식장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이철수한테 공동 작업을 제안했는데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섭섭했다고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죄송한 마음에 부랴부랴 작업해 지난해 선생의 1주기 추모전시회에 내놓았죠.”


신 선생의 글씨 ‘통(通)’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가는 글씨 옆에 한반도를 그리고 그 밑에 ‘統이 완성이라면 通은 과정입니다. 막다른 데서 길을 찾고 길 없는 데서 길을 낼 결심이 분단 극복과 통일로 가는 길에서는 더욱 절실합니다. 소통과 대화, 꾸준한 교류와 이해가 통의 내용이자 방법입니다. 通은 統입니다. 通으로 統을 이루게 되기를’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요즘 말로 하면 컬래버레이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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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2018년작)‘여기’(2018년작)


충북 제천 자택을 찾았을 때 작가는 ‘여기’라는 제목의 작품을 새기고 있었다. 평화와 저항의 상징으로 널리 쓰이는 영국인 디자이너 제럴드 홀텀의 평화 심볼이 하늘에 떠 있고 그 아래에 한반도 형상과 함께 ‘여기, 이 땅위에 상서로운 기운이’라는 글귀가 담겼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모처럼 깃든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절묘하게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한반도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위험하고 순정한 선택을 한 북한도, 그 선택에 손뼉을 마주친 남쪽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많지만 간결하게 새기고 있습니다. 분단이 우리 스스로를 절름발이로 만들었고 상상력 측면에서도 불구로 만들었어요. 분단이 장애이고 질곡이라면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온통 하나인 존재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새는 좌우로 난다고 하는데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는 온몸으로 날지요.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천=성행경기자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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