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기업의 국내 전사들 ¦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

“세상을 깨끗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회적 가치·수익 창출 동시에 잡는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 한국이콜랩은 지난해 매출 1,180억 을 올렸다. 국내에서 확보한 고객사만 8,000여 곳에 이르고 있다.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 한국이콜랩은 지난해 매출 1,180억 을 올렸다. 국내에서 확보한 고객사만 8,0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CEO들을 만나보는 코너. 이번에는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국이콜랩은 글로벌 기업 이콜랩의 한국 법인이다. 한국이콜랩은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물을 관리하고, 병원·호텔·식품업체 시설 멸균 등을 위한 화학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한국이콜랩은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식품과 환경 위생 수준을 높이는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우리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에 정확히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가 회의실에 앉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련된 인상과 달리 무척 시원시원하고 털털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마이클 포터는 CSV를 통해 기업이 눈앞의 이익에서 한발 벗어나 환경·에너지·빈곤 등 전 지구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큰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사회 환경을 개선하면서 이를 통해 중·장기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1923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콜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깨끗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콜랩을 설립한 오스본(M.J. Osborn)은 1920년대 초반 호텔 시트커버를 살균·세탁하다 관련 화학 제품을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콜랩은 2011년 미국 수처리 전문회사 ‘날코’를 합병해 지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두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해 합병 후 많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재 이콜랩이 하는 일은 크게 ‘물을 더 깨끗하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식품을 더 안전하게’, ‘환경을 더욱 위생적으로 만드는’ 네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폐수처리와 물 재활용, 병원 시설 멸균, 호텔 청소, 식품업체 살균 등을 위한 화학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물 사업 부문은 다양한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해 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에너지 사업 부문은 원유를 시추하거나 정제하는 공정에서 시추공 부식을 방지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품 부문에선 호텔·레스토랑·우유공장·식품가공 기업 등에 세척과 살균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생 분야는 병원과 요양기관 등의 멸균·살균·세척을 책임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콜랩은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이다. 170개국에 임직원 4만 8,000명을 거느린 이콜랩은 지난해 매출액 140억 달러를 올렸다. 사업과 관련해 취득한 특허만 8,000개가 넘는다. 2018 포춘 ‘미국 500대 기업’ 215위, 2018 포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화학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콜랩 직원들이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콜랩 직원들이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이콜랩 직원들이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콜랩 직원들이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이콜랩은 빌 게이츠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1.5%, 빌 게이츠가 소유한 투자회사 ‘케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가 지분 10.6%를 소유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콜랩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수익을 얻으려고 이콜랩에 투자한 건 아니었다”며 “지구를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콜랩은 1987년 한국에 자회사 한국이콜랩을 세웠다. 임직원 288명이 근무하고 있는 한국이콜랩은 지난해 매출 1,180억 원을 올렸다. 국내에서 확보한 고객사만 8,0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이콜랩의 영문 표기 ‘ECOLAB’은 환경을 의미하는 ‘Eco’가 아니라 경제적이란 의미의 ‘Economics’와 ‘실험실 Laboratory’를 줄인 말이다. 한국이콜랩은 반도체, 석유화학, 대형 호텔 체인점, 식음료 가공업,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산업계 고객을 지원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자원 재활용을 통해 기업 비용을 줄이고 있다. 한국이콜랩의 기술은 실제로 기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석유화학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는 절반도 재활용하기 어렵다. 재활용되지 못한 폐수는 방류된다. 국내 화학기업 동서석유화학은 한국이콜랩의 도움으로 폐수 95%를 재활용했다. 52만 5,000 톤에 달하는 폐수 배출량을 줄여 5,489 명이 마실 수 있는 식수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물 절약을 위해 이콜랩의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1년에 2억 8,000만 리터에 달하는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1년에 170만 달러를 줄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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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양권 대표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 대기업들이 한국이콜랩의 고객입니다. 물과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은 없으니까요. 에너지 부문에서 한국이콜랩 매출액의 절반이 나옵니다. 물 사업 부문이 25%를 차지하고요. 나머지 15%가 위생, 8%가 식품 부문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중화학 산업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식품과 위생 부문이 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이콜랩은 현재와 미래 성장 산업군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잘 짜인 회사입니다.”

류양권 대표는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카프로에 입사했다. 1969년 설립된 카프로는 1974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생산한 회사다. 나일론은 카프로락탐을 중합시켜 고분자 물질로 만든 것이다. 류양권 대표는 카프로에서 6년간 기술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1992년 날코코리아로 이직했다.

류 대표는 말한다. “당시 카프로가 날코코리아의 고객사였습니다. 날코코리아 영업사원이 와서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봤는데 흥미를 느꼈어요. 개인적 성향 때문인지, 저도 사람들을 만나서 기술에 대해 토의하고 영업하는 걸 해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날코코리아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한 영업은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았다. 류 대표는 “영업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암담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제품과 기술만 좋으면 고객들이 알아서 계약할 줄 알았어요. 날코가 가진 기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는데 시큰둥하더군요. 영업은 상대방과 나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3~4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어요. 저는 이걸 모르고 제품 얘기만 하고 기술에 대해서만 늘어놓은 거였죠.”

2011년 날코가 이콜랩에 합병되자 류양권 대표도 이콜랩 소속 직원이 됐다. 그리고 2014년, 그는 한국이콜랩 대표에 올랐다. 류 대표는 한국이콜랩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에 대해 무척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자부심을 직원들에게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거의 매일 고객사에 들어갑니다. 고객사가 물과 에너지를 아끼고 위생에 철저하게 임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활동을 매일 합니다. 이건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이에요. 한국이콜랩이 이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직원들에게 계속 환기시키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콜랩은 현지화를 중요시하는 회사다. 글로벌 회사지만 현지화를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콜랩은 경상남도 양산과 경기도 안산시에 각각 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70%를 생산한다. 나머지 30%는 완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

류양권 대표는 “한국이콜랩이 전 지구적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일조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류양권 대표는 “한국이콜랩이 전 지구적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일조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류양권 대표는 말한다. “이콜랩은 현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한국이콜랩 임직원 288명 가운데 본사에서 나온 외국인이 한 명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게 본사 방침이기도 하고요. 현지에서 원료를 조달해 제품 생산을 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까 현지 법인 직원들이 회사에 더 애착을 갖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 광교에는 R&D센터를 두고 있다. 최근 이곳에 ‘영업인력 기술 훈련 센터’와 ‘고객 경험 센터’를 만들었다. 고객이 한국이콜랩의 제품 사용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 5성급 호텔 80%를 고객사로 둔 한국이콜랩은 이곳에 ‘식품안전 교육 센터’까지 만들어 호텔 레스토랑 조리장들을 위한 ‘식음료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이콜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물, 에너지, 식품안전,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이콜랩은 세계 170개국에 1백만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각 고객사에는 이콜랩의 ‘자동 시스템 컨트롤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센서가 고객사에서 사용하는 물과 에너지 변화 요소를 다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류양권 대표는 말한다. “이 센서들을 인터넷으로 모두 연결하고, 센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둡니다. 이렇게 생성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바로 내놓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디지털 변혁이죠. 인도에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엔지니어들이 (각각의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만 접목하면 됩니다.”

이콜랩은 화학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지만 연구 방향은 조금 색다르다. ‘어떻게 하면 약품을 가장 적게 써도 될까’ 혹은 ‘에너지를 얼마나 더 절약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이 주요 과제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환경을 지킨다는 연구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류양권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국이콜랩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회사에 대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이 묻어났다. 인터뷰를 끝내면서도 류 대표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을 더 깨끗하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음식을 더 안전하게, 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이콜랩은 수처리, 위생, 에너지 기술 서비스의 글로벌 리더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갈 겁니다. 회사를 더 알리는데도 노력하겠습니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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