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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中 반도체 공세... 국가핵심기술 비공개가 우선 판단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공장 등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중 기업의 핵심이익에 관계되지 않는 내용만 공개하라고 27일 결정했다. 중국이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대량생산에 들어가면서 우리 반도체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익을 고려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측은 고용노동부의 결정대로 보고서를 전면공개할 경우 영업비밀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난 4월 “2009~2017년도 화성·평택·기흥·온양 사업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은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 이하 D램 △낸드플래시 △AP 공정 △조립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보고서에 포함된) 공정명, 공정레이아웃, 화학물질(상품명), 월 사용량 등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삼성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앙행심위 역시 ‘국가 핵심기술’로 인정된 내용과 그에 준하는 것은 공개하지 말라고 결정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였다. 여기에 4·4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이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이 연말부터 반도체를 대량생산해 저가 물량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이어지던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과 관련해 분쟁해결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약속하면서 보고서의 공개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7년 기흥공장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22세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불거진 뒤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2015년 10월7일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리던 피해자들의 시위도 1,023일 만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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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앙행심위는 이날 어떤 내용을 공개하고 공개하지 않을지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행심위는 추후 삼성 측에 공개할 부분과 비공개할 부분을 명시한 ‘행정심판 재결서’를 보낼 예정이다. 재결서를 완성하는 작업에는 통상 3주가 소요되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그 이상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 측도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중앙행심위로부터 재결서를 받은 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중앙행심위의 판단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도 행정심판 재결서에서 어떤 내용을 기밀로 판단할지를 일단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게 삼성 측의 판단이다.

이날 중앙행심위의 결정은 추후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보고서 전면 공개를 막기 위해 각 공장이 위치한 지역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효정·신희철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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