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서울이라는 브랜드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매년 여러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다. 지난 5년간은 대체로 애플·아마존·구글 등이 상위 기업으로 꼽히고는 했다. 향후 5년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코카콜라·IBM·도요타 등 수십년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여줬던 기업들이 이제는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도시의 브랜드 순위는 어떨까. 서울의 경우도 지난 몇 년간 좋은 도시로서 전 지구촌에 각인되고 있지만 아직은 뉴욕이나 파리 같은 도시들이 수십년째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먹다 버린 사과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는 애플의 로고와 다르게 ‘큰 사과(big apple)’가 별명인 뉴욕시의 도시 브랜드 작업은 슬픈 계기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후반 뉴욕시의 경제는 말 그대로 파산 직전이었다. 경제 위기는 치솟는 범죄율과 맞물려 더 심각해졌고 시민들은 떼를 지어 도시를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은 곧 폐허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때 뉴욕시는 슬로건 제작을 시작했다. 뜬금없는 일이었지만 땅에 떨어진 뉴요커들의 자부심을 되살리기 위한 방도였다. 일을 맡았던 광고회사는 너무나 단순한 ‘I Love New York’이라는 슬로건을 개발했고 이후에 유명한 붉은 하트가 더해졌다. 시는 이 로고에 대한 저작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단은 ‘I Love ○○○ ○○○’같은 많은 ‘짝퉁’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황당한 일이었지만 뉴욕의 브랜드 전략이 먹히면서 관광객이 늘었다. 그렇다 해도 밤길을 걷기 어려운 도시가 갑자기 안전한 도시가 될 리는 만무했다. 뉴욕시가 치안에 자신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었다. 대단한 것은 뉴욕시가 40년여간 같은 로고와 슬로건을 갖고 지속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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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brand)는 원래 불꽃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 후 승자인 북부 시장에서 육우 가격이 오르자 남부에서 북부로의 소 떼 대이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목장주들은 수많은 소 중에 자기네 소를 구분하기 위해 소의 등을 불로 지져 소인(燒印)을 했다. 어떤 도장을 찍어야 그 많은 소 떼 중 자기 소를 얼른 알아볼 수 있었을까. 돋보이고 오래 기억나게 하는 작업, 이것이 브랜딩이었다.

서울시는 많은 논란을 거쳐 ‘I SEOUL U’라는 슬로건을 개발했다. 서울을 동사로 읽힐 수 있게 한 것은 좋은 발상이다. 개성 있는 도시, 역동적인 도시 서울은 움직이는 동사로서 세계인에게 강하게 소인돼야 한다. 이제는 서울이 뉴욕의 브랜드 가치를 앞설 전략이 꾸준하게 필요한 때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아마존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설 것을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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