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백신 스캔들’ 만연한 부패가 원인

맹물을 주사기에 넣어 광견병 백신으로 처방하기도

‘불량백신 우려’ 중국인 수요로 홍콩 백신부족 직면

2017년 4월 25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의 병원에서 한 아기가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한단=AP연합뉴스2017년 4월 25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의 병원에서 한 아기가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한단=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일회성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불량 백신’ 스캔들에 대해 부실한 백신 관리 시스템과 만연한 부패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중앙 정부가 예산을 할당해도 지방의 질병통제센터에는 예산이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며 “맹물을 주사기에 넣어 광견병 백신이라고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환자에게 유료 백신 접종을 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만약 모든 사람이 무료 백신을 맞으러 온다면 지방의 소규모 질병통제센터는 어떻게 운영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말라리아 백신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부지기수이며, 설사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이 두려워 중앙에 보고조차 않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백신 제조업체인 ‘우한생물제품연구소’에서 생산된 불량 DPT 백신이 지난해 허베이 성, 충칭시에 40만 개나 판매됐고, 허베이 성에선 14만3,941명의 어린이가 불량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백신 업체 ‘창춘창성 바이오테크놀로’사의 불량 DPT 백신도 25만2,600개나 팔려 산둥성 21만5,184명의 어린이에게 접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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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스캔들의 당사자인 창성 바이오를 비롯해 많은 제약회사가 백신 제조 날짜와 관련 데이터 등을 조작해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버젓이 판매하는 관행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전에도 산시성에서 뇌염 백신 등을 접종했다가 4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사건을 보도한 신문의 편집장만 해고되고 어떠한 감독 당국 관계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불량 백신 여파가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우 홍콩대 교수는 “불량 백신이 대규모 집단에 접종되면 홍역과 같은 전염성 질병의 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에서 ‘불량 백신’ 사태가 벌어지자 본토인들이 자녀의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홍콩으로 몰리면서 홍콩이 백신 부족에 직면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예방접종 담당자는 최근 중국 본토에서 많은 의료 소비자가 자녀 예방접종을 위해 홍콩에 오면서 백신 공급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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