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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켄드릭 라마 내한공연] 65분간 끓어오른 랩 '서울의 밤' 폭주하다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켄드릭 라마(31)의 첫 내한공연이 펼쳐졌다./사진제공=현대카드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켄드릭 라마(31)의 첫 내한공연이 펼쳐졌다./사진제공=현대카드



“아무도 날 위해 기도하지 않았네(Nobody pray for me), 나에겐 그저 그런 날이었네(It‘s been that day for me).”

리듬에 맞춰 널뛰는 불빛이 마치 끓어오르는 물의 기포를 보는 듯했다. 켄드릭 라마(31)의 빌보드 싱글 1위 곡 ‘험블’의 인트로가 운동장에 울러 퍼지자 2만여명의 구름 관중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뛰기 시작했다. 섭씨 33도의 뜨거운 서울의 밤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살아있는 음유시인, 힙합계 최초 퓰리처상 수상자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공연은 좌석 하나 없이 모든 관객이 서서 그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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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정규 4집 ‘제기랄(Damn)’의 타이틀곡 ‘DNA’. 라마는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달려왔다”며 “한국은 처음인데, 오늘 한번 뜨겁게 놀아보자”고 말한 뒤 폭주하는 말처럼 뜨거운 랩을 토해냈다. 미국 내 인종차별 현실을 표현한 곡인 ‘킹 쿤타(King Kunta)’에는 모든 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곡이기 때문이다. 라마는 이 곡을 만들기 전 흑인 노예의 투쟁사를 그린 소설 ‘뿌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이어 ‘스위밍 풀스(Swimmming pools)’, ‘백시트 프리스타일(Backseat Freestyle)’, ‘로열티(Loyalty)’를 불렀다. 중간에 두 번 곡이 중단되는 음향사고가 발생했지만 라마는 의연하게 무대를 이어나갔다.

공연은 길지 않았다. 정규 공연의 마지막 곡 ‘험블’ 이후 잠깐 사라졌던 그는 이내 다시 나타나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가인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를 앙코르 곡으로 선보였다. 이 모든 것이 끝난 시간이 오후 9시15분. 오후 8시10분쯤 공연이 시작됐으니 65분의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러닝타임이었다. 하지만 무더위 속 더 이상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기란 무리라고 느껴졌을 정도로 라마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놓고 떠났다. 팬들 역시 “이 이상 공연을 진행했다면 우리도 지쳤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라마는 공연을 위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겉절이, 파전 등 한국 음식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앙코르곡을 선보이던 도중 팬들에게 ‘I Will Be Back(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켄드릭 라마(31)의 첫 내한공연이 펼쳐졌다./사진제공=현대카드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켄드릭 라마(31)의 첫 내한공연이 펼쳐졌다./사진제공=현대카드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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