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타누깐의 장기집권을 막아라.’
오는 8월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영국 랭커셔주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골프링크스(파71·6,360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에 출전하는 한국 군단에 내려진 특명이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가운데 19명이 출전해 불꽃 튀는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5위 렉시 톰프슨(미국)은 ‘정신력 방전’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볼을 그린 위 원위치에 놓지 않은 탓에 ‘4벌타 날벼락’을 맞아 우승을 놓친 톰프슨은 최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정신적으로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다”며 8월 중순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정상급 선수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강자는 올 시즌 LPGA 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이다. 지난 30일 스코티시 오픈에서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을 달성한 쭈타누깐은 13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6월에는 2주간 짧게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재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최근의 독보적인 경기력 때문이다. 상금 202만달러로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95만달러)를 두 배 이상 앞서는 등 거의 전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2위 박성현(25·KEB하나은행)의 94점보다 월등히 많은 180점을 쌓았고 평균타수에서도 69.423타로 선두(2위는 제시카 코르다·69.548타)다. 소문난 장타력에다 평균 퍼트 수 1위(28.39개)의 쇼트게임까지 갖추면서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역전패나 연장전 패배를 자주 당하던 ‘새가슴’의 면모를 말끔히 털어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올해 US 여자오픈 최종일에 9개 홀을 남기고 7타 차로 앞서 있다가 김효주(23)에게 연장에 끌려갔지만 기어이 우승을 차지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연승으로 장기집권의 기초를 든든히 하려는 쭈타누깐을 저지할 세력은 역시 한국 군단이다.
우선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6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컷오프된 후 한 달 정도 만에 투어에 복귀해 LPGA 투어 통산 20번째 우승에 재도전한다. 19승 중 7승을 메이저에서 수확했지만 2015년 이 대회 제패 이후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박인비는 올해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전 끝에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에게 패한 아쉬움을 씻어낸다는 각오다. 3개월 만에 세계 2위로 밀린 만큼 이 대회를 통해 1위 탈환의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세계 3위 박성현은 쭈타누깐과 시즌 첫 메이저 2승 경쟁에 나선다. 여자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박성현은 이후 손베리크리크 클래식에서 컷 통과에 실패했으나 지난주 스코티시 오픈 공동 11위에 오르며 샷 조율을 마쳤다. 지난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 상금왕 등을 석권했던 박성현이 메이저 2승으로 시즌 3승을 이루면 쭈타누깐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세계 7위 김인경(30·한화큐셀), 올해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세계 4위 유소연(28·메디힐), 72홀 31언더파 신기록의 주인공 김세영(26·미래에셋)도 우승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여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괴물루키’ 최혜진(19·롯데)도 가세한다. 시즌 2승을 거둔 최혜진은 신인상·대상·상금·평균타수 1위를 질주 중이다.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골프링크스는 최근 200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2012년 브리티시 오픈을 개최했다. 2009년 대회에서는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가 3언더파로 우승했다. 코스 곳곳에 도사린 174개의 벙커가 위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