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스로 뒤집은 강제징용 판결'…檢, 판사 진술 확보

이인복 대법관 "판결 이상해…한일외교 파국 가져올 것"

검찰, 대법 재판연구관들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건의 비실명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추가 공개 파일 목록./출처=연합뉴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건의 비실명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추가 공개 파일 목록./출처=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관이 자신이 내린 판결에 반대되는 지시를 후배 법관에게 내린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대법원이 소송의 최종 결론을 5년째 미루는 데 상고법원 설치와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 사건 실체와 무관한 요인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고 이 소송에 관여한 판사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인복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 2건에 모두 재판장으로 참여했다. 이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1부는 2012년 5월 전범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두 사건 모두 파기환송해 배상책임 인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재상고로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자 2012년 자신의 판결을 인용하려는 재판연구관에게 이 전 대법관은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 “한일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자신이 내린 판결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모순적 태도는 과거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이모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관님은 (당연하게도) 이미 상황을 다 알고 계신 듯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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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법관은 이러한 의혹에 “파기환송 이후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들이 나왔고 재상고가 되면 지적된 문제점을 전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비판적인 논거도 극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더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재판연구관에게 했을 것”이라며 “내가 한 판결을 부정했다거나 파기 방침이 정해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이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게시글에 등장하는 대법관이 이인복 전 대법관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당시 사건처리 과정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검토에 참여한 다른 재판연구관 역시 “사건 배당이 지연되는 등 처리 방식이 여느 사건과 달랐다”고 검찰에 증언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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