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면서 과수·가축 피해가 커지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전국에 걸쳐 194.6㏊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과수 피해 면적이 155.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포도와 사과 등은 햇빛데임 피해를 보면 색이 변하거나 당도가 떨어져 상품으로 내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충청도와 강원도·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과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대책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과수원 전체를 덮는 그늘막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별 도리가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햇빛데임 피해 방지 대책은 마땅한 것이 없다”며 “현 상황에서도 도내 과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폭염이 계속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밭작물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폭염에 작물들이 약해지면서 병해충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특히 밭농사를 주로 하는 강원도의 피해가 심하다. 피해 대상은 고랭지배추를 비롯해 고추·옥수수·콩·들깨 등으로 커지는 중이다. 전국 고랭지배추의 90%가량을 출하하는 대관령·태백·정선 지역의 지난달 중·하순 평균 최고기온은 32.5도를 기록하며 평년 28도를 크게 웃돌았다. 폭염에 산지 배추가 물러져 상품성을 잃은 터라 배추값 상승도 예상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고랭지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 고온·가뭄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의 한 고추농가 관계자도 “물을 줘도 금방 말라버려 대책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말라비틀어진 고추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숨 쉬었다.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가슴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아열대기후를 보이는 우리나라는 8월 하순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가장 더웠다는 1994년에는 서울 기준으로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7월16~29일로 모두 7월에 걸쳐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폭염은 8월7일까지 진행됐고 앞서 2016년의 경우 8월23일까지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예보가 되는 8월11일까지는 비가 내릴 확률이 없다”며 “올해 폭염도 8월 중순까지는 계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폭염 피해는 농작물을 넘어 인명 피해와 가축의 대량폐사로 이어지고 있다. 가축 피해는 이날 현재 323만마리를 기록했다. 한 해 평균 210만마리가 폐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1.5배를 넘어섰다. 닭 1만7,200마리를 폐사한 충북 진천군 이월면 류모씨는 “올해처럼 많이 닭을 잃은 것은 처음”이라며 “얼마나 더 많이 피해를 보게 될 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지었다.
인명피해로는 올 들어 1일까지 전국에서 2,265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8명이 사망했다. 이는 예년 사망자 11명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서울 기준으로 올해 폭염 일수는 15일을 기록하면서 앞서 역대 최장이던 1994년의 14일을 넘어섰다.
앞으로 보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 한 달 폭염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재난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행정안전부는 지금처럼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 오는 2020년께 폭염이 한 달간 지속되는 ‘폭염지옥’이 닥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예상 시나리오에서 행안부는 폭염 3주째에 농작물과 가축 피해,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4주째에 들어서면 경기침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정부는 피해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화성시 폭염 취약 가정과 축산 농가를 찾아 “폭염 피해를 겪는 농축산업의 재해보험금, 농약대, 재해대책경영자금 지원 등이 지체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수문기자 안성=윤종렬기자·봉화=손성락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