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사커(MLS) 올스타전. 미국프로풋볼(NFL) 애틀랜타 팰컨스와 MLS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최상급 인조잔디가 깔린 이곳에 무려 7만2,000여 관중이 운집했다. MLS 올스타전 사상 최다 관중. 2026월드컵 개최국다운 축구 열기였다. 지난 2005년부터 유럽 명문팀을 초청해 올스타전을 개최해온 MLS는 올해는 자국 리그 올스타와 이탈리아 명가 유벤투스의 맞대결을 준비해 팬들을 끌어모았다. 최근 유벤투스로 이적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일정상 빠졌지만 미랄렘 퍄니치, 사미 케디라, 엠레 찬, 메드히 베나티아 등 ‘빅 네임’들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MLS 올스타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와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가 각각 컨디션 조절과 부상으로 제외됐는데도 유벤투스와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대5로 지는 대등한 경기로 저력을 과시했다.
MLS가 세계 축구의 중심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미식축구의 나라’ 미국은 1994미국월드컵 직전인 1993년에야 뒤늦게 자국 축구리그를 출범하고도 꾸준한 투자와 기발한 마케팅의 결실을 최근 들어 뚜렷이 확인하고 있다.
과거 MLS는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 ‘실버타운’으로 통했다. 유럽 빅리그 등 주류 무대에서 활약하던 왕년의 스타들이 은퇴 직전 거쳐 가는 ‘코스’와도 같았다. 과거 LA 갤럭시에 몸담았던 ‘축구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은 마이애미를 연고로 탄생할 신생 구단의 구단주로 활동 중이다. 홍명보와 이영표는 각각 LA 갤럭시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은퇴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웨인 루니가 최근 미국으로 건너오는 등 MLS는 여전히 실버타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걸출한 유망주들을 배출해 ‘수출’하는 역할로 더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MLS는 그동안 중국과 비슷한 스타 영입 전략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들어 유망주들을 다른 리그로 이적시키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한 해 MLS 구단들이 다른 리그에 선수를 팔고 챙긴 이적료는 240만달러(약 26억원). 유럽 빅리그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MLS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숫자였다. 올해 이적료 수익은 지난해 대비 최소 10배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앨폰소 데이비스가 최근 최대 2,200만달러의 이적료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겼고 잭 해리슨, 카일 라린, 에리크 토레스도 모두 100만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친정에 안기며 다른 리그로 진출했다. 15세 때 밴쿠버에 입단한 데이비스는 MLS식 홈그로운(자체 육성)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MLS 출신들이 다른 리그로 진출하는 일은 과거에도 간간이 있었지만 새 무대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팀 하워드와 클린트 뎀프시 정도가 전부다.
MLS는 2006년부터 정책적으로 유스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각 팀에 유소년 아카데미 운영을 지시하면서 코치들의 해외 연수를 지원했다. 이들은 프랑스축구협회가 직접 관리하는 엘리트 아카데미 클레르퐁텐에서 유망주 지도법을 배워왔다. 티에리 앙리, 니콜라 아넬카, 킬리앙 음바페 등을 길러낸 곳이다. 현재 MLS 각 구단은 유소년 선수를 수백 명씩 보유하고 있으며 7세 때부터 전문 트레이닝 시설과 합숙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한다. 각 구단이 아카데미 운영에 쓰는 돈은 연평균 300만달러. TV 중계권료 수입이 평균 400만달러니까 버는 족족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는 셈이다. 대신 데이비스 같은 보석이 한 번씩 나와주면 투자금 회수를 넘어 ‘대박’이 터진다. 밴쿠버 구단은 데이비스 이적으로 팀 전체 연봉보다 500만달러 많은 돈을 한 번에 벌었다. 홈그로운 유망주들이 MLS 구단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뉴욕 레드불스의 타일러 애덤스는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로의 이적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