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임금체불 등은 당사자의 고소로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다. 사업주가 임금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상황에 몰렸을 때 근로자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체불을 용인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개혁위의 요구는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이나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발상은 이뿐이 아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속수사와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행정지침을 고치라는 주문도 했다. 노동사건은 조정과 중재가 먼저인데도 기업인을 벌주는 처벌우선주의를 앞세웠다. 이것도 모자라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처럼 법원에 계류 중인 개별기업 문제에까지 개입해 직접고용 명령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라고 고용부를 다그쳤다.
오죽하면 경영자총협회가 “노동계가 일방적으로 요청한 사안들을 총괄한 편파적 제안”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이 같은 결과는 위원회가 과거 정부의 고용 적폐 청산을 내걸고 출범한 직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예상 답안지를 내놓았다. 이럴 거면 왜 혈세를 더 써가면서 3개월이나 활동기간을 연장했는지 안타깝다. 고용부는 노동계로의 쏠림이 심한 개혁위의 권고안을 재검토해 시장 혼란을 키울 일방적 주장을 모두 걸러내야 한다. 마침 경영계가 고용노동행정 개선 사안을 곧 건의한다니 이를 반영해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