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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도, 북극권인 스웨덴의 최고기온. 51.3도 알제리, 아프리카 기온 관측 이래 최고치. 52.7도 미국 캘리포니아, 102년 만의 폭염. 54도 이란과 쿠웨이트, 관측사상 지구 최고기온 돌파. 북반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폭염이 우리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을 서울경제썸이 정리했습니다.
■농축수산물 생산량 줄어 식료품 가격 인상
폭염은 우선 우리 먹거리 문제를 건드립니다. 당장 빵, 국수 같은 다양한 식재료로 쓰이는 밀 가격이 들썩입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올해 폭염과 가뭄으로 밀 수확에 큰 차질을 빚었죠.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649만 톤이나 감소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미국과 캐나다산 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축산 농가 피해도 큽니다.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꿈틀댑니다. 국내에선 이번 폭염으로 2주간 돼지, 닭 등 217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피해금액만 119억원 가량입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에선 가축들이 사료로 먹는 건초를 구할 수 없어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가뭄과 함께 들불까지 번진 탓입니다. 야채도 마찬가지죠. 국내산 배추는 보름 사이 70%가량 가격이 올랐고, 무와 토마토는 50% 가까이 비싸졌습니다.
물고기들도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선 해수면 온도가 30도에 가까워지면서 양식장 피해도 속출하고 있죠. 고수온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많아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양식장 물고기 387만 마리가 죽고 79억 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국제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 상황이 심각해지는 나라도 있습니다. 한가지 예로, 빵이 주식인 이집트는 40%의 빈곤층에 빵을 보조금으로 배급하고 있습니다. 밀 가격이 크게 오르면 적어도 이집트 인구 1억 명 중 4,000만 명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거죠.
■수력·풍력·원자력도 멈춘다…전기요금 상승 부채질
가뭄에 물이 줄어드니 산업 피해도 큽니다. 최장 가뭄이 이어지면서 북유럽 국가들의 수력발전량은 예년의 절반도 못 미치고 있죠. 풍력발전도 멈추고 있습니다. 약해진 제트기류로 대기가 정체하면서 바람까지 줄어든 탓입니다. 독일의 올여름 풍력 전력 생산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원자력 발전도 문제입니다. 원전 발전 시 냉각을 위한 차가운 강·바닷물이 필수인데, 이 온도까지 오르면 전력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게 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8개 원전에서 전력 70%를 얻고 있고, 이웃 나라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는 프랑스의 전력 생산량이 떨어지게 되면 유럽 전역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네요.
중국은 석탄발전 가동률을 다시 높이고 있습니다. 1년 전보다 22% 더 늘어난 석탄을 수입하고 있다네요.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국제 유연탄 가격까지 들썩이게 만들죠.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뿐 아니라 유연탄을 원료로 하는 철강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값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산업구조도 바뀌고 있습니다. 애플, BMW, GM, 이케아, 구글, 페이스북 등 전 세계 137개 기업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RE100(Re newable Energy 100%) 프로젝트인데요,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 100%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건강·환경에도 악영향…생산성 떨어지며 내수 악화까지
폭염은 우리 생활도 바뀌게 합니다. 재난적 폭염을 맞은 일본 정부는 일본 2,000여 개 기업에 ‘텔레워크’ 제도를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일하도록 한 것이죠. 도쿄의 한 주택회사는 근로자 전원에게 ‘폭염 수당’을 지급합니다. 맥주 한 잔 값 정도입니다.
기온의 차이는 일요일과 월요일만큼 행복한 기분에 차이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기후 증가로 인한 자살률 증가는 경기 침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라죠. 폭염이 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거나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면 고용지표와 내수 악화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재난이 아닌 인권과 평등의 문제로 폭염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엔(UN)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따르면 전 세계 11억 명이 에어컨 등 냉각 장치가 없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에어컨 쓸수록 온실화 가속…지구가 더 뜨거워진다면
지구가 지금보다 더 더워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딱 2도만 올라도, 전 세계 10억~20억명의 인구는 물 부족을 겪고, 1,000만에서 3,000만 명은 식량 부족을 겪게 됩니다. 난민 문제가 심각해지고 지역 분쟁도 늘어나겠죠. 기후 변화로 예상을 넘는 폭염과 홍수가 반복되며 매년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생물 종 중 20~30%는 멸종할 수 있습니다. 극지방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해 일부 국가는 소멸할지도 모릅니다. 빙하가 녹아 그 속에 동결된 바이러스가 되살아나면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왔죠.
지구가 계속 더워지는 원인 중 하나는 온실가스의 증가에 있습니다. 유엔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6년 당시 이산화탄소 대기 중 농도가 80만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것도 온실가스를 더하는 원인입니다. 공기를 차갑게 하는 냉매인 HFC(수소불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가량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는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5억 명쯤 이른다는데, 인구 증가에 따라 에어컨 사용 대수도 2018년 16억대에서 2050년 56억대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북극해는 ‘새로운 중동’…새로운 기회 열리나
한편, 지구온난화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반구 빙하 아래에는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알려져 있죠. 석유와 가스 매장량도 100억t(톤)으로, 세계 매장량의 25%에 달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중동’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어부들도 새로운 어장을 개척할 수 있죠. 북극 항로가 열리면 물류나 관광 면에서도 새로운 활기를 얻을 전망입니다. 북극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쟁탈전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폭염은 전 지구적 재앙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기회일까요. 만약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양한 생물이 파괴된 후의 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