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자동차·선박 등 주력 업종 수출이 부진한 탓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8년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1~6월 경상수지 흑자는 296억5,0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356억5,000만달러)보다 60억달러(16.8%) 감소했다. 흑자 규모는 반기 기준으로 2012년 상반기(108억6,000만달러) 이후 6년만에 가장 적었다.
서비스수지가 나빠진 영향이 컸다. 적자 규모는 159억4,000만달러로 작년 하반기(190억6,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 수준이었다. 여행수지가 특히 문제였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많아지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7억6,000만달러 불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해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운송수지 적자도 3억7,000만달러 커졌다.
상반기 상품수지는 556억9,000만달러 흑자였다. 하지만 흑자 폭은 1년 전보다 11억8,000만달러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42.0%나 증가했지만 선박(-55.4%), 가전제품(-10.8%), 승용차(-5.2%) 등 주력 업종이 줄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이 뛰었다. 올 상반기 상품 수입은 11.5% 늘어 수출 증가율(8.8%)을 웃돌았다.
해외 배당 증가도 수지 악화에 일조했다. 상반기 배당소득 적자는 작년 56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82억9,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우리 기업이 외국인에게 배당한 금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배당 지급액은 101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8.1% 불었다. 반기 기준 배당 지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한은은 “외국인 주주들이 우리 기업들의 최근 실적이 좋다는 이유 등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인 주주들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액은 올 상반기 47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한편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73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12년 3월 이후 7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보다 4억4,000만달러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