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은 2013년 개봉 당시 5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스릴러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 겸 감독 조엘 데이비드 무어의 손에서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이 영화가 CJ ENM이 최근 런칭한 호러·스릴러 장르 제작 레이블 ‘413 픽처스’로 개봉되는 첫 작품이 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앞서 CJ ENM은 ‘숨바꼭질’의 리메이크 권한을 획득하며 국내 호러·스릴러 영화 IP(지적재산권)의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여기서 나아가 CJ ENM은 한국을 포함, 앞서 진출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등 로컬 영화 제작 과정에서 확보한 IP 자산의 글로벌 판매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413 픽처스’ 레이블을 통해 전문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413 픽처스’의 ‘413’은 동양권에서 흉조로 꼽히는 숫자 ‘4’와 서양권의 불온한 숫자 ‘13’을 결합한 것으로 앞으로 CJ ENM이 글로벌 제작하는 공포스릴러 장르에는 ‘413 픽처스’ 레이블을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
CJ ENM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급성장하는 미국 내 호러·스릴러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것.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작한 200억원 미만의 저예산 호러·스릴러 영화의 전 세계 박스 오피스 매출은 2013~2015년 4,000억~7,00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2016년 처음으로 1조원 대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3,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미 미국에는 1980년대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공포영화 시장의 오랜 강자로 자리잡은 ‘뉴라인 시네마’, 최근에는 ‘겟아웃’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으로 신흥 명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블룸하우스 등 호러.스릴러 전문 스튜디오가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CJ ENM의 강점은 아시아 지역의 우수 호러·스릴러 영화의 IP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NEW가 배급했던 영화 ‘숨바꼭질’ 외에도 2016년 CJ ENM이 제작한 한-베트남 합작 영화 ‘하우스 메이드’가 2010년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자인 제프리 플레쳐의 각색과 각본으로 새롭게 제작된다.
또 태국에서는 저주받은 저택과 미인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 하우스 호러 영화 ‘미인도’(A Portrait of a Beauty)가 오는 10월 크랭크인 해 ‘413 픽처스’ 레이블로 개봉한다. 이 영화는 태국의 유명 호러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에카지트 타이랏 (Eakasit Thairaat)이 참여하고, 태국 인기 CF 감독 수라퐁 플로엔상(Surapong Ploensang)이 첫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할 예정이다.
고경범 CJ ENM 영화콘텐츠 유닛 해외사업본부장은 “호러-스릴러 장르는 참신한 기획력만 있으면 할리우드를 통해 비교적 저비용으로 제작하고 전 세계에 유통할 수 있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확보한 창작자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동양권의 독특한 세계관이 가미된 호러-스릴러 영화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