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코스닥 기업이 아닌 코스피 대형주를 담았다가 손실 규모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와 함께 3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지만 모험 자본 육성이라는 당초 목표보다는 단기 수익률에만 급급했다가 허점을 보인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코스닥 상승에 대한 전망도 나오지만 코스닥 벤처펀드가 주로 투자한 바이오 업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2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0.3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3% 이상 하락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종목별 수익률은 형편없다. 최근 3개월간 수익을 낸 펀드는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증권’이 유일하다(A클래스 기준). 이 펀드는 3개월간 3.91%를 기록했으며 한 달 수익률도 0.1%다.
대형 운용사가 오히려 성과는 더 저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증권’은 최근 3개월간 -4.36%의 손실을 냈고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증권’과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증권’의 손실폭은 각각 -6.68%, -7.99%에 달했다.
특히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지난 5월 기준 KB자산운용은 해당 펀드에 삼성전자(9.37%), LG생활건강(3.57%), 신세계(3.40%) 등 코스피 대형주를 주로 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을 주로 GS건설(6.17%), 삼성전기(4.31%), 한진칼(3.76%), 유한양행(3.52%) 등으로 구성했다. 최근 미중 간 무역분쟁과 경기 악화 등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2,200대로 떨어지면서 두 운용사 펀드는 3개월간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바이오 업종 주가가 급락하며 코스닥지수를 끌어내린 것이 코스닥 벤처펀드 손실 확대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 이슈가 계속돼 바이오 업종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됐고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의 주가 조작 혐의까지 겹치면서 대부분의 바이오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코스닥 시장 양대 축인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업종 중에 주로 바이오에 집중한 만큼 손실도 클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줄곧 코스닥 벤처펀드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해왔지만 바이오 업종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추가 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셀트리온의 미국 특허 침해 소송 승소 등 바이오 업종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코스닥 반등의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의문”이라며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벤치마크 대비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단기 반등에 무게를 둔 투자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