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산업재해보험법에서는 직업병 판단 여부와 관련해 근무기간이나 공정에 사용된 화학물질, 노출빈도 등을 고려하는 등 업무 관련성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역학조사에만 6개월 이상 걸려 근로자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부가 유해물질 사용 여부 및 노출수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도 필요 없다며 자의적인 결정기준을 내놓은 것은 업무 관련성 인정이라는 법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은 법원 판결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질병의 ‘가능성’만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경영자총협회가 “일부 판결을 근거로 직업병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노동부가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사업주에게 인건비 부담을 지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남의 돈으로 생색만 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또한 이런 배경에서다. 자칫 ‘묻지 마 신청’이 늘어난다면 갈수록 쪼그라드는 보험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의 고용정책은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어느 한쪽에 책임과 부담을 안기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노사 양측의 의견을 충실히 수용해 보다 합리적인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