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박물관엔 유물만? 살아있는 자연 만날 수 있죠"

포토에세이 '빛, 내리다' 출간

"자연에서 배워 만든 유물 품고

빛·꽃·바람·색 등 서로 어우러져

사람·생명의 교감 이끌어내는 곳

일상서 찾은 '조화의 빛깔' 공유

누군가에 작은 쉼표라도 됐으면"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빛, 내리다(이현주 지음·북촌 펴냄)


“박물관에는 유물만 있는 게 아니에요. 사람도 있고 책도 있고 나무·풀·꽃 같은 자연도 있죠. 박물관은 수천 년의 기운이 현재의 기운과 공존하는 곳입니다.”

27년째 박물관에서 일하는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의 얘기다. 자칫 오래된 유물들이 모여 박제된 공간일 수 있는 박물관에서 그는 자연의 빛과 꽃·바람·색을 찾아냈다. 박물관 홍보담당자로 유물과 전시를 알리던 그가 박물관에서 함께 즐길 만한 주변 풍경을 발견한 셈이다. 이 홍보경력관은 아침저녁 출퇴근길과 박물관 업무 중에 짬짬이 사진을 촬영해 시를 곁들였고 그중 100편을 추려 첫 포토에세이 ‘빛, 내리다(북촌 펴냄)’를 최근 출간했다. 저자는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시를 써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하는 월간 박물관신문에 꾸준히 게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해왔다. 책 발간과 시기를 맞춰 지난 5일까지 서울 종로구 JY아트갤러리에서 저자의 두 번째 꽃 사진전이 열렸다.


그는 “봄이 오는 길을 따라 출근하다 보면 돌단풍을 만나고 시간을 따라 진달래와 철쭉도 만나는가 하면 야광나무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자작나무의 하얀 기둥에 시선을 뺏기기도 한다”면서 “박물관 후원못에서는 수련이 잠에서 깨어나고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염료식물원 앞의 청매와 쪽동백나무·해당화가 반긴다”면서 박물관 곳곳의 자연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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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만 한 것이 이쁜 척’하는 올괴불나무, 가지가 아니라 줄기 중간에서 꽃을 피우는 풀또기, ‘내려앉은 별’ 같은 층층나무 꽃, 꿀벌을 불러 모은 쉬땅나무 등 세심한 시선으로 찍은 사진들은 감각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용하다 싶은 다채로운 꽃 이름도 함께 마음에 새겨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식물이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안에서 자란다는 사실이다.



저자에게 박물관 곳곳에 핀 꽃들은 너이고 그이며 나인 동시에 우리다. 유물도 있고 관객도 있고 건물 틈으로 내리비친 빛이 그린 ‘역사의 길’도 만날 수 있다. 나뭇잎이 다 진 겨울에만 보이는 참나무의 새 둥지, 등에 구멍이 뚫린 석조 아미타불에서 터득한 세상을 보는 지혜, 몸통 잃은 불두에서 감지한 가슴 절절한 기도 등 혜안의 깊이가 남다르다. 바람과 물에 몸을 맡긴 수련, 서리 맞은 산국, 떨어진 살구 두 알 등의 사진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박물관은 오래전 사람들이 자연에서 배워 만들어낸 유물들을 품은 채 지금도 ‘살아 있는 자연’과 만나는 공간”이라며 “오래된 유물은 물론이고 생명과 교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박물관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책 표지에는 하얀 바탕에 붉은 모란꽃 색 쉼표가 찍혀 있다. 그는 “이런 생명의 향기들을 찍고 공유하는 것은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숨구멍’”이라며 “누군가에게도 이 책을 손에 들고 작은 숨구멍을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자작나무길, 후원못, 거울못, 야외 석조물정원 주변 등으로 상세하게 나눈 ‘꽃지도’가 함께 수록됐다.

책 끄트머리에는 박물관 안의 생강나무 오솔길 사진과 함께 이런 시가 적혀 있다. ‘가끔/고운 숨이 필요할 때//누구도 위로가 될 수 없다고 느낄 때/이곳으로 오세요//…의자에 앉아/눈을 감아보세요/낙엽들의 진한 흙내도 맡으면서.’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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