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선을 단기 바닥으로 확인한 코스닥 시장이 실적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지수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다 삼성그룹이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주요 부품주들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들보다 높은 실적 증가율도 코스닥 반등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0.72% 오른 789.48에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748.89(종가 기준)까지 떨어지며 코스닥 위기론이 확산됐지만 이후 10거래일 동안 상승세가 이어졌다. 코스닥 거래대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으로 총 3,990억원을 사들이는 등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급 발목을 잡던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폭탄도 잦아들고 있고 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었던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 이슈도 가라앉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740선을 코스닥지수의 ‘바닥’으로 지목하기도 한 만큼 조심스레 반등의 신호를 찾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코스닥은 바닥권이며 앞으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삼성전자(005930)와 바이오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8일 삼성그룹이 밝힌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결과적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소재·부품·장비주, 바이오주 등에 대한 낙수 효과로 이어지면서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이달 내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면 그동안 투자심리 위축을 야기했던 바이오주 감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연구위원은 “연말 코스닥 시장의 수급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와 ‘1월 효과’ 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월 효과는 매년 초 나타나는 중소형주 강세를 뜻한다.
단순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실적 성장률도 코스닥의 반등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205조7,8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내년에는 7.8%, 2020년에는 5.2%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훨씬 작지만 성장률은 코스피를 뛰어넘는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6조2,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27.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코스닥지수가 하락하면서 과열의 신호와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코스닥 과열의 바로미터로도 활용되는 신용융자 잔액은 6월 최고 6조3,000억원대에서 지난 8일 5조4,362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기대감과 함께 시장에서는 수혜주 찾기에 한창이다. 삼성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앞으로 3년간 시설 투자로 집행할 금액은 연평균 33조원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대 수혜주로 SK머티리얼즈(036490)·하나머티리얼즈(166090)·원익머티리얼즈·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소재주를 꼽았다. 장비주는 하반기 실적 둔화로 ‘상고하저’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앞으로 삼성전자의 시안·평택 공장 등에 대한 시설투자 후 소재주는 수년 동안 본격적인 삼성전자향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33%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하나머티리얼즈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가장 높다”며 “원익머티리얼즈는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65%)이 가장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비주는 상저하고의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 증가하는 원익IPS(240810)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