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체불임금 늘고 폐업속출...불황에 휘청대는 中企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등 여파

올 상반기 폐업 9만9,000곳 달해

임금체불액도 신기록 경신 예고

"내년엔 경기·고용 더 나빠져"

토목 공사를 주업으로 하던 건설업체 A사는 올 상반기 폐업을 결정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4조원에서 올해 19조원으로 줄어 일거리가 끊긴 지 오래였다. 또 최저임금이 올해 16.4%나 올라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건설 원자재·설비 가격과 근로자 식비도 뛰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올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하반기부터 더 큰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경기 불황 속 쓰러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 같은 주력 산업은 물론 국내 경기 성장률과 고용을 떠받치던 건설업도 휘청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에도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신규·소멸 사업장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문을 닫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9만9,844곳으로 같은 기간 새로 설립한 사업장(8만2,969곳)보다 1만6,875곳이 더 많았다. 최저임금 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업체는 소멸 9만9,242개에 신설 8만2,671개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도 문을 닫은 곳이 602개로 새로 연 기업(298개)의 두 배였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임금체불액도 신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8,593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1조4,286억원)의 60.1%나 됐다. 증가 속도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올 체불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등 제조업계 체불액이 3,6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1,477억원, 도소매·음식숙박업 1,061억원 순이었다.


기업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은 주력 산업의 쇠락이다. 2012년 이래 조선업이 부진을 벗지 못하면서 업계 하부를 이루는 협력사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한국GM과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대기업들도 잇따라 기업 회생(법정관리) 위기를 가까스로 면한 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토목공사 일감 축소와 주택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상반기 소멸 건설사는 48만여곳으로 신설 기업보다 4만개나 더 많았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경제 성장률의 3분의 1을 견인했다고 평가되는 건설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막대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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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친노동 정책이 더해지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분석이 많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에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돼 시급 8,350원으로 올랐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국내 임금 근로자 2,000만명의 4분의 1인 500만명의 급여를 올려야 한다. 또 올해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실시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내년에는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본부장은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신규 고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건설업의 경우 공사 기간만 늘고 고용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결국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더 많은 한계 기업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이종혁기자 임지훈기자 2juzso@sedaily.com

세종=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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